A(32)씨는 신규 간호사였던 2012년 C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선배 B씨와 1년 정도 함께 일했다. 그리고 9년 뒤 B씨가 한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에 임용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B씨에게 당했던 괴롭힘이 떠오른 A씨는 2021년 3월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그는 '9년 전 저를 태운 7년 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이 당했던 괴롭힘을 상세히 적었다. '간호사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자행하는 각종 직장 괴롭힘을 말한다. A씨는 이 글에서 "(B씨는) 이동식 엑스레이 촬영 기기가 오면 그 앞에서 보호장비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아라' 낄낄거리고 주문을 외시던 분이다" 등의 내용을 썼다. A씨는 다음 날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글들로 인해 A씨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간호사는 엑스레이 촬영 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므로 B씨가 A씨에게 보호장비를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으라고 주문을 외운 사실이 없다"며 A씨가 거짓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 조아람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허위 사실을 게시해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판사는 "A씨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했고 동일한 피해를 입었거나 전해 들었다는 취지의 댓글, 댓글 작성자의 제보 등에 비춰 B씨로부터 폭언, 폭행 등을 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제출한 교수 측 주장에 부합하는 사실확인서 등은 이를 작성한 이들이 직장과 경력 등으로 인해 B씨에게 유리하게 진술할 수밖에 없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조 판사는 "B씨는 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서 사인(私人)이라 볼 수 없고, 과거 A씨를 비롯한 간호사들에게 폭언·폭행 등 가혹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교수에게 후학을 양성할 자격이 있는지와 관련 있는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에서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져 오는 '태움'과 같은 악·폐습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점, 글을 게시한 주요한 동기와 목적은 간호사 집단, 구성원의 관심과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