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한 건당 720만 원 털려... "가상자산 연결된 인뱅 타깃"

입력
2023.09.18 04:30
12면
올해 보이스피싱 금액 1200억 넘어설 듯
인터넷은행 피해금액 3년 반 동안 637억
이용우 "은행 피해예방 각별히 노력해야"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건당 피해금액이 700만 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싱 범죄 피해는 최근 다시 급증하는 추세인 데다 수법 또한 교묘해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적발된 은행권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652억5,200만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피해금액(1,104억6,400만 원)의 59% 수준으로, 현재 추세대로면 올해 피해금액은 1,2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형별로 검찰 등 기관을 사칭한 피해금액이 226억7,400만 원으로, 이미 지난해(178억700만 원) 규모를 훌쩍 넘었다. 허위 저금리 대출 제안 등 대출빙자 사기금액도 상반기 169억9,200만 원으로, 지난해(201억400만 원)의 84.5%에 달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정부의 강력 단속과 금융권의 대국민 홍보로 주춤했다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반기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금액은 725만 원에 달했다. 지난해(476만 원)보다 52%나 증가한 것으로 2020년(892만 원)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징은 젊은 세대(2030)와 가상자산, 인터넷은행으로 요약된다. 실제 2020년 이후 3년 반 동안 케이뱅크ㆍ카카오뱅크ㆍ토스뱅크에서 적발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만 총 637억1,0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 총피해금액(4,572억2,600만)의 14%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 총자산(79조5,000억 원)이 전체 은행권(3,570조 원)의 2.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규모 대비 피해 정도가 상당하다고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서 피해가 늘어난 데 대해 2030세대에 익숙한 가상자산을 노린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요즘은 가상자산거래소와 연결된 인터넷은행 계좌를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가 많아졌다”며 “가상자산으로 빠져나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에게 직접 돈을 건네받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까지 포함하면 상반기 피해금액은 다소 줄어든다.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피해금액은 2,050억 원으로 전년 동기(3,068억 원) 대비 약 34% 감소했다.

이용우 의원은 “보이스피싱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세탁돼 범죄 피해환급에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각 은행이 피해예방에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