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국가대표' 우희준 "미스코리아,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 [인터뷰]

입력
2023.09.27 11:38
제63회 미스코리아 '선' 출신...학군장교 거쳐 특전사 중위 전역
2018년 이어 두 번째 아시안게임 카바디 국가대표 선발, 메달 재도전



"제 삶을 '도전'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하고 싶진 않아요. 도전과는 별개로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제63회 미스코리아 '선(善)' 출신 우희준이 5년 만에 카바디 국가대표로 다시 한 번 금빛 사냥에 나선다. 미스코리아 최초 학군사관(ROTC) 후보생이자 카바디 국가대표 출신으로 당선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우희준은 또 한 번 예상을 깨는 '반전 행보'에 몸을 실으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군 소위 최초 특전사, 전역 결심 쉽지 않았죠."

지난 2019년 제63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선'으로 발탁된 우희준은 같은해 '미스 어스(Miss Earth)' 대회에도 출전, 탤런트상과 후원사상을 받으며 존재감을 알렸다. 당시 기존 미스코리아를 향한 편견을 깨는 이력으로 화제를 모으며 향후 행보에 기대를 모았던 그는 미스코리아 활동을 마친 뒤 학군장교로 임관, 여군 소위 최초 특전사에 임명되는 쾌거까지 이뤘다.

2019년 미스코리아 당선 당시 그가 밝혔던 목표 역시 '특전사 장교'였던 만큼, 군 생활 내내 특전사 임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결과였다.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우희준은 "임관하기 전부터 특전사라는 목표가 확실했다"라며 "체력적인 특기가 컸고, 이를 이용해서 특수한 작전에 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싶은 것이 꿈이었다"라고 군 복무 당시를 회상했다.

소위로 진급한 이후 첫 보직으로 수색중대 수색소대장을 거친 우희준은 특전사를 향한 문을 계속 두드린 끝에 여군 소위 최초로 특전사 부대에 배치됐다. 이후 특전사 부대에서 군 생활을 이어온 그는 지난해 6월 레바논 파병에 합격,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통역장교로 임무를 수행했다.

"파병은 항상 저의 버킷리스트였던 거라 꼭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통역장교라는 보직 자체가 군사 외교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보직인데다 체력적인 부분, 외국어적 능력이 필요했던 거라 개인적으로는 재미있던 경험이었어요. 제 능력과 말로써 군사 외교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죠. 레바논은 365일 전시 상황인데,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레바논 시민 뿐만 아니라 국제 평화를 위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컸어요."

하지만 우희준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못 다 이룬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 6월 특전사 중위로 전역했다. 이유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다.

우희준은 "카바디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다른 국제 대회나 친선 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은 있지만,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다"라며 "그 때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군 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아쉬움으로 남더라. 시간이 지나도 그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아서 '그럼 더 늦기 전에 한 번 더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전역까지 결심하게 된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군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아시안게임 출전을 결정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저는 군 생활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들어간 사람이었고, 지휘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서 계속 진급을 거듭해 왔어요. 그렇다 보니 전역을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너는 군에 남아야 한다'라고 만류도 하시고, 우려를 많이 하시기도 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 생활의 경우 내년, 내후년에도 재임관이 가능한 제도가 있는데 아시안게임은 시간이 지나면 지금만큼의 기량을 뽐내기 힘들 것 같아서 더 늦기 전에 이 게임에 나가보고 싶은 욕구가 컸거든요."

"카바디, 내 20대의 전부...친정 돌아온 느낌"

애정을 갖고 이어오던 군 생활을 뒤로한 우희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바디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1명 중 3위로 항저우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다시 한 번 국가대표에 선발될 거라고 예상하진 않았지만, 아시안게임 출전을 결심한 이후로 파병 기간 중에도 차근차근 운동을 해왔어요. 그 덕분에 선발전에서 바로 뛸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선발전) 3위라는 것 자체로도 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죠. '내가 적어도 팀에 피해를 주는 선수는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결과라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미스코리아 당선 전 카바디 국가대표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 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카바디 국가대표로 선발된 지금, 마치 '친정'에 돌아온 느낌이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진짜 친정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에요. 이번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선수들도 대부분 4년 전에 같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라 새롭게 친정에 돌아온 느낌이 들더라고요. 카바디가 선수들끼리 손을 잡고 하는 종목인데, 4년 동안 못 잡았던 선수들의 손을 다시 잡으니 과거 생각도 많이 나고 감격스럽기도 했어요. 물론 다시 합을 맞추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경험과 믿음으로 서로 많이 의지하고 응원하며 합을 맞춰나가는 중이에요."

우희준은 자신의 독특한 이력이 조명 받으며 카바디도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데 대해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감사하다"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도전들이 카바디를 위해 했던 도전이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라며 "다양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카바디가 많이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서 여자 카바디 뿐만 아니라 남자 카바디도 주목을 받고, 중계도 될 것 같아서 이전과 다른 변화들을 보면서 너무 감사하다. 기대해주시는 만큼 꼭 좋은 성과를 가지고 돌아오고 싶다. 이후에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할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목표로 전역을 한만큼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로 금의환향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희준에게 카바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는 "나의 20대가 거의 카바디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21살 때부터 카바디라는 운동을 했으니, 9년 가까이 해 온 셈이에요. 운동과 훈련에 제 20대 대부분을 썼기 때문에 그 어떤 경험보다도 의미가 커요. 그래서 카바디로서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게 늘 아쉬웠던 것 같아요. 선수로서 아시안게임 메달이 없는 게 뭔가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느낌이었거든요. 이번에 메달을 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두 번째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더 발전된 실력과 합으로 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결과가 어찌됐든 이번에는 후회나 아쉬움은 남지 않을 것 같아요. 그저 최선을 다 하려 합니다."

"미스코리아 틀 깼다는 평가, 동기부여 됐다."

우희준의 이력에 있어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미스코리아다. 지난 2019년 제63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선'으로 선발되면서 주목을 받았던 그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며 여성 리더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왔다.

우희준은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저라는 사람을 한 번쯤 더 뒤돌아 보고 찾아보게 만드는 중요한 키워드"라는 생각을 밝혔다.

앞서 미스코리아 출전 당시 "카바디라는 비인기 종목을 알리고, 여군이라는 점 때문에 따라 붙는 편견을 깨고 싶다"라는 목표를 밝혔던 그는 "미스코리아는 20대 미혼 여성이 할 수 있는 의미있는 경험 중 하나였다. 나라는 사람을 미디어에 비출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 기회를 영리하게 이용하고 싶어서 미스코리아에 도전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걸 이뤘다"라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제 스스로의 건강한 가치관을 알리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얼굴이 예쁘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선발)되는 게 아니라 건강한 가치관과 건강한 아름다움, 제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건강함으로부터 나오는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봤거든요. 당시 심사위원 분들도 그런 저의 모습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우희준의 미스코리아 당선은 기존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따라 붙던 편견을 깨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당당하고 건강한 가치관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우희준의 행보는 차세대 여성 리더를 선발, 양성하고자 하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지향점과 맞닿으며 여성 인재들의 도전 정신에 불을 붙였다.

"최근에는 같은 학군사관 후보생, 여군부터 다른 운동 선수들까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하고자 한다며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럴때면 저는 늘 '뭔가를 인위적으로 배우고 꾸미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요. 새로운 직종,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들이 미스코리아 대회를 편견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기회로 여기며 제게 물어볼 때 '나의 행보가 내 또래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실제로 요즘 미스코리아 대회에는 보다 다양한 직종, 전공, 학교의 분들이 많이 나오시더라고요. 그 분들이 출전하는데 하나의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어서 감사하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일을 하며 나아가겠다는 우희준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졌다. 지금 우희준의 가장 큰 목표는 단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었다. 그는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나왔기 때문에 눈 앞에 아시안게임밖에 생각할 것이 없다. 매일 너무 힘든 훈련들이 많다 보니 다음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라며 "이게(아시안게임) 끝나 봐야 다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향후 행보 역시 지금껏 그래왔듯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할 예정이다. 우희준은 "최근 다양한 플랫폼의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안을 해주시는 것 같다"라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배우 활동을 해 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체력적인 부분과 영어 소통이 되니까 액션 배우나 해외 쪽으로 진출할 생각이 없냐고 하시는데, 사실 아직까지 배우의 꿈은 없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생각하려 한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우희준은 오는 28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카바디 팀과 출국한다. 카바디 경기는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된다.

"이제 약 2주 정도 남았는데 계속 부상 없이 운동을 열심히 하고 합을 맞추는데 시간을 쏟으려 해요.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보니 선수들도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쓰기 위해서 많이 분석하고 조심히 운동을 하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로 돌아오고 싶어요."

홍혜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