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숱하게 제기된 국가통계 왜곡·조작 의혹이 실제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게 사실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15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집값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 또 통계청에도 압력을 행사해 소득과 분배, 고용통계까지 분식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장하성 등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하고, 범죄혐의가 의심되는 다른 7명은 관련 자료를 검찰에 보냈다. 국가통계 조작과 관련해 이렇게 많은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감사원은 정확한 통계치를 산출하기 위한 협력과, 통계치 왜곡·조작을 위한 불법적 개입을 구분해 감사했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장 전 실장은 2017년 6월부터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를 공표하기 전 경과통계치인 ‘주중치’와 ‘속보치’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건 통계법 위반이라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장 전 실장은 심지어 ‘주중치’를 실제보다 낮게 조작하라는 지시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주도성장’ 효과를 호도하기 위한 소득·분배·고용 통계 왜곡·조작도 빈번했다. 당시 청와대는 2017년 1분기 소득분배지표가 악화하자 통계청에 수차례 경위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통계 마사지’를 압박했다. 일자리수석실은 2019년 비정규직 급증이 예상되자 관련 발표문구에 변명성 설명을 넣도록 개입하기도 했다.
물론 감사원이 파악한 왜곡·조작 행위의 불법성이 수사기관에서 얼마나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통계는 정책의 근간이고, 왜곡·조작은 범죄이자 심각한 국정농단이다. 야당은 ‘정치감사’라지만, 실정에 대한 감사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대충 넘어가자는 건 수권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어불성설이다.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문책만이 ‘통계농단’을 막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