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서로 달라 더욱 빛났다

입력
2023.09.17 10:56
솔로 앨범으로 7인 7색 음악색 증명...글로벌 성과도 '고공행진'
팀 넘어 솔로 아티스트로도 존재감 확립, 완전체 귀환에 쏠리는 기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멤버들의 군백기와 함께 완전체 활동 공백을 가진지도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와 존재감은 공고하다. 이들에게 공백은 쉼표가 아닌 '레벨 업'을 위한 디딤돌이었다.

지난해 데뷔 9년 만에 개별 활동 본격화를 알렸던 방탄소년단은 잇따라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팀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그간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음악 시장을 무대로 쌓아온 입지가 탄탄했던 만큼, 멤버들의 솔로 활동 호성적 역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멤버들이 솔로로 기록한 성과는 대중과 팬들의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멤버들은 솔로 활동으로 역대 K팝 가수들의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움과 동시에 미국 빌보드 차트 등 국내외 주요 차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민과 정국의 경우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고, 뷔는 최근 발매한 첫 솔로 앨범 '레이오버'로 국내 솔로 가수 최초 초동 200만 장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다른 멤버들 역시 방탄소년단이 팀으로 세운 기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성적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솔로 활동의 문을 열었다.

이는 단순히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기댄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멤버들은 솔로 활동을 통해 팀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 추구하는 음악색과 메시지를 전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일궈냈다.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또 한 번 '아이돌 그룹'이 갖는 한계를 넘어 아티스트로서의 비약적인 성장을 맞이했다.

지난해 7월 방탄소년단 멤버 중 처음으로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를 발매한 제이홉은 해당 앨범에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그 뒤에 가려진 내면의 불안과 고민을 함께 녹여내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전개했다.

제이홉은 힙합에 근간을 둔 음악에 실험적인 요소들을 더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강렬하게 전달했다. 음악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성공을 두고 겪는 솔직한 고민들까지 가감없이 음악에 담은 그는 방탄소년단 활동에서는 미처 보여주지 못한 진솔한 내면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평소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예술 감각을 자랑해 온 그는 앨범 콘셉트, 디자인 등 전반적인 기획에도 참여하며 듣는 음악을 넘어 '보는 음악'으로서의 매력도 놓치지 않았다.

평소 철학적인 가사와 풍부한 감수성을 담은 곡들을 선보여 온 RM은 자신의 첫 솔로 앨범 '인디고'를 통해 자신만의 감성을 가감없이 전했다.

RM의 고민과 생각을 일기처럼 담아낸 해당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앨범에 비해 서정적인 색채가 짙었다. RM은 조유진 타블로 김사월 박지윤 콜드 등 다채로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밀도있게 완성했다.

평소 미술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져온 RM은 음악과 미술의 협업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고(故) 윤형근 화백의 작품을 앨범 콘셉트 포토에 품고, 인트로 곡 '윤'에서는 윤 화백의 성을 따오는 방식으로 앨범에 자신의 미술적 취향을 녹여냈다.

슈가 역시 자신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냈다. 그는 솔로 앨범 '디데이'를 통해 자신의 본질에 집중했다.

RM이 자신의 고뇌와 성찰을 서정적인 색깔로 그렸다면, 슈가는 폭발하는 듯한 에너지로 자신의 메시지를 던졌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비속어나 가감없는 표현도 솔로 앨범에서는 자유롭게 담아냈다. 쏟아지는 비트와 리드미컬한 랩은 '래퍼' 슈가로서의 정체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진은 솔로 싱글 '디 애스트로넛'으로 특유의 청량한 보컬을 강조했다.

진이 작사에 직접 참여해 팬클럽 아미를 향한 애정을 담은 해당 곡은 보컬리스트로서의 진의 역량에 집중했다. 그는 청량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 한 해당 곡으로 매력적인 보컬을 전하며 팀 활동과는 또 다른 감성과 역량을 입증했다.

지민은 첫 솔로 앨범 '페이스'를 통해 독보적인 퍼포먼스와 보컬적 역량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해당 앨범에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신이 느낀 진솔한 감정을 담았다. 지민은 이번 앨범 기획 단계부터 뮤직비디오 등 작업 과정 전반에 적극 참여하며 자신의 음악적 색깔과 역량을 쏟았다.

화려한 삶 이면의 쓸쓸함과 방황을 음악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앨범을 통해 지민은 '아티스트 지민'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와 함께 그는 특유의 매력적인 미성과 중성적인 분위기를 녹여내며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을 확립했다.

앨범 대신 솔로 싱글인 '세븐'을 발매한 정국은 보컬부터 퍼포먼스까지 한계 없는 소화력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기존 방탄소년단 음악과는 또 다른 관능적인 매력까지 담아낸 가사를 더해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냈다. 방탄소년단의 무대처럼 각잡힌 안무 대신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퍼포먼스와 흔들림 없는 보컬은 정국의 역량을 조명하기에 충분했다.

팀 내 마지막 솔로 주자로 나선 뷔 역시 팀 활동과는 사뭇 다른 자신만의 매력을 조명했다.

그는 특유의 묵직한 저음이 더욱 풍성하게 들릴 수 있는 곡들을 선보이며 감성을 극대화했다. 고음이나 역동적인 보컬 대신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기반으로 하는 음악을 담은 그는 팝 R&B 장르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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