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사들의 숙원 정책을 보따리 풀듯 내놓고 있다.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이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고 대규모 집회가 계속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최장 20년간 동결된 각종 수당을 인상하고 성희롱·모욕 통로가 됐다는 비판을 받은 교원능력개발평가도 손질할 방침이다. 교사 심리검사를 정기화하고 심리 치료비는 전액 교육당국이 부담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사들과 만나 "이번만큼은 책임지고 관계 부처 장관들과 협의해 오랜 기간 동결된 담임·보직 수당을 대폭 인상하겠다고는 약속한다"고 말했다. 담임수당은 월 13만 원으로 2016년 이후 7년간 동결된 상태고, 보직수당은 20년째 월 7만 원에 불과하다. 적은 수당은 교사들이 담임이나 부장 교사 등 보직 맡기를 꺼리는 이유로 꼽혔다.
2010년 도입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올해 시행을 유예하고 서술형 문항은 없애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교사 간담회에서 "교원평가가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 창구로 역할을 못한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내년 교원평가부터는 서술형 문항 대신 교사의 생활지도와 교육에 대한 5점 척도의 평가만 이뤄질 전망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69.4%)은 서술형 평가에서 성희롱이나 인격 모독 등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교원평가가 논란이 될 때마다 비속어를 금칙어로 설정해 걸러내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지만 교원단체들은 당장 폐지를 요구했다.
또 교육부는 교사 심리검사를 2년 주기로 정례화하고 올해 2학기에 희망하는 모든 교사가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치료비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전액 지원한다. 검사를 원하는 교사는 시·도교육청의 교원치유지원센터,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되고 온라인으로도 검사가 가능하다. 검사 결과 상담이 필요하면 교원치유지원센터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복지부와 연계된 민간 전문가와 심층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부총리는 앞으로 매주 한 번씩 교사들과 만나 교권 회복을 위한 정책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도 이 부총리는 "앞으로는 교육 정책을 교원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며 소통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교사들은 16일 국회 앞에서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를 이어간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9번째 교사 집회로, 교사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는 아동학대법 개정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