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학교폭력 117 더 못한다" 통보에 교육부·경찰청 '당혹'

입력
2023.09.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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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세 부처 합동 운영했는데
여가부 "법적 근거 부족·중첩" 종료 통보
교육부·경찰청 "여가부 무책임하다"

교육부·경찰청과 공동 책임으로 '117학교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한 여성가족부가 사업 불참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와 경찰청은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여가부는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학교폭력 신고체계에도 차질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이동주·서동용 의원이 각각 여가부와 교육부에서 받은 '2024년도 예산안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올해 23억200만 원을 배정한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내년에는 전액 삭감했다. 올해 사용된 △117학교폭력 신고센터 상담사 인건비(11억5,000만 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폭력 상담사 인건비(10억7,000만 원) △정규직 전환 비용(8,200만 원) 등이 내년에는 모두 없어졌다.

117학교폭력 신고센터 사업을 2012년부터 여가부와 공동으로 이끌어 온 교육부와 경찰청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이달 1일이지만 여가부는 교육부, 경찰청 및 지자체에 지난 11일 공문을 보내 사업 종료 결정을 뒤늦게 알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 부처가 같이 책임 있게 해온 사업인데 일방적으로 그렇게 통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협의가 된 게 아니라 막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 신고센터 현 인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117학교폭력 신고센터에는 179명의 상담 인력이 근무했다. 여가부가 파견한 전문상담사는 34명이고, 교육부가 90명, 경찰청이 55명을 파견해 학교폭력 신고를 받고 상담을 진행했다. 신고센터는 24시간 운영돼 여가부 파견 인력만 빠져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117학교폭력 신고센터는 정부가 2012년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각 시·도 경찰청에 설치해서 10년 넘게 운영해 왔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국가가 '학교폭력 긴급전화'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3일 교권침해 신고 직통번호를 신설하겠다며 예시로 든 것도 117학교폭력 신고센터였다.

여가부는 117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인력을 파견할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고, 다른 청소년 지원사업과 기능이 중첩돼 종료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일자리를 잃을 상담사들에게는 다른 청소년 지원 사업에 지원하도록 안내했다고도 설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2012년부터 사업을 했는데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외부의 지적이 그동안 있었다"며 "상담사들은 교육부에서 (117학교폭력 신고센터) 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어 그대로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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