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빅 3' 노조 파업 전운 고조... "15일 돌입" 최후통첩

입력
2023.09.14 19:30
13면
UAW "경제적 불평등 막겠다"... 강경 입장 고수
노조 "4년간 임금 36% 인상" vs 사측 "최대 20%"
할리우드서도 수천 명 시위… "바이든 시험대에"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 노동자를 대표하는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의 대규모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3일(현지시간)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 스텔란티스와 GM, 포드 등 3개 업체를 대상으로 15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해당 업체들을 상대로 보낸 최후통첩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에서 '빅 3' 업체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그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서는 복잡한 정치·경제적 상황 탓에 파업을 막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불평등 더 이상 묵과 못해"… 전례 없는 요구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 노동자들의 이번 파업 예고는 여러모로 전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UAW는 사측에 4년에 걸쳐 임금 36%를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앞서 제안했던 9~14.5%의 최대 4배에 달하는 수치다. 2차 타협안으로 제시한 17.5~20%보다도 훨씬 높다.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주 32시간 근무 등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물러설 기미도 없다. 사측은 대내외 경영 환경을 내세워 난색을 표하지만, UAW는 되레 '역대급 투쟁'을 시사하고 있다. 제조사 한 곳에서만 파업했던 종전 방식과 달리, 이번엔 3곳 조합원 모두 동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기금 고갈 등을 고려해 처음부터 모든 공장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진 않지만, 엔진 공장 등 핵심 시설을 멈춰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UAW는 “2007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시간당 약 10달러나 줄어든 반면, 임원의 임금인상률은 40%에 달한다”며 “노조가 너무 오랫동안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15만 명이 모두 참여할 경우, 지난 5월 시작된 할리우드 파업(참여 인원 16만 명)에 이어 25년 만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파업이 된다.

'노조 지지' 딜레마에 빠진 바이든

AP통신은 "미국 역사상 가장 노조친화적인 대통령을 자처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짚었다. 파업의 핵심 무대가 지난 대선에서 3%포인트 차로 겨우 승리한 격전지, 미시간주(州)이기 때문이다. 당시 노조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년 대선 경쟁자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벌써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 탓에 자동차산업이 쇠퇴했다”며 UAW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 지지를 명확히 선언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사 3곳 모두 노조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파업이 열흘만 이어져도 손실액이 18억4,800만 달러(약 2조4,300억 원)에 달하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더해 100일 넘게 진행되는 할리우드 파업 참여자 수천 명도 13일 단결을 과시하며 로스앤젤레스에서 가두 시위를 하는 등 파업 열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에 "경제계는 그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멈추기 위해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데 의존해 왔다”며 “파업은 이런 노력을 훨씬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종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