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 공개 누락, 자녀 재산 신고 누락 등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법령 개정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나, 법원 내부통신망에 자세히 공지돼 온 재산신고 기준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재산 현황은 공직 인사 발탁의 주요 고려 사항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사 검증을 형해화한 것이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재산 공개 시 변경된 비상장주식 가액 산정 사항을 2020년 내부통신망에 공지했고, 정기재산변동 신고 안내서도 매년 통신망에 게시했다. 법관들은 재산 신고를 할 때 내부통신망을 이용하고, 이 후보자는 법원장까지 지냈기 때문에 알고도 고의로 재산 신고를 누락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짙다.
미국에 거주 중인 아들과 딸의 재산도 전혀 신고하지 않다가 인사청문 자료에서 아들의 연봉계약서, 딸의 해외 계좌 잔고를 처음 공개했다. 판사는 매년 자신과 배우자, 자녀의 재산을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면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고지거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는 고지거부 허가도 받지 않았다.
법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판사가 이렇게 위법에 무감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재산 거짓 기재는 최대 해임에 이르는 징계에 처하도록 돼 있다.
아울러 소유한 농지 관련 의혹, 아들의 김앤장 특혜성 인턴 의혹도 제기됐다. 판결 이력에서도 성폭력 사건 감형률이 42%에 이르고 미합의 사건들도 감형한 것으로 분석됐다. 출소 8일 만에 13세 여학생을 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남성에게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했는데도 형량을 깎아줬다. 12세 어린이를 수차례 성폭행한 피고인도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됐으나 감형해 줬다.
이런 이유들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법부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대법관 다양화, 관료적 사법행정 탈피 등 대법원 개혁과제를 수행할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19, 20일 열리는 인사청문회가 대법원장 자격을 엄정히 따지는 장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