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바로 보기 | 6부작 | 15세 이상
티파니(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는 막 이사를 했다. 짐을 풀기도 전 술을 들이켜며 흐느낀다. 그럴 만도 하다. 남자친구 저스틴(바트 에드워즈)과 막 헤어졌다. 그의 안락한 집을 나와 다른 이의 집에서 임대로 살아야 한다. 상황은 유별나다. 거실과 방 하나인 아파트를 임대인과 하루 12시간씩 나눠 쓴다. 임대인 레온(앤서니 웰시)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밤에만 근무한다. 돈이 궁한 티파니와 레온의 ‘동거’는 절묘한 조합이다. 하지만 한 침대를 번갈아 쓰고, 집 안 모든 걸 공유해야 한다.
12시간씩 집을 나눠 쓰는 티파니와 레온의 상황을 반영하듯 아파트 호수는 24. 한집에서 함께, 따로 사는 두 사람이 지켜야 할 제일법칙이 있다. 절대 서로 만나지 말 것. 티파니와 레온은 전달사항과 불만, 요구 내용 등을 메모로 전달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로 잰 듯 시간을 쪼개 쓰거나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둘은 매우 당혹스럽게, 가장 근원적인 모습으로 마주치게 된다. 사고나 다름없는 만남이었으나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이 시작된다.
티파니는 신생 온라인 잡지 기자다. 고향은 영국 서리주다. 캥거루족으로는 아예 살 수 없고, 주머니는 가볍기만 하다. 레온은 살인죄 누명을 쓴 형 리치를 위해 변호사비를 마련해야 한다. 두 사람이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티파니와 레온뿐 아니다. 티파니의 친구들 역시 처지가 비슷하다. 변호사인 마이아(샤니쿠아 오크워크)와 심리치료사 모(조나 하우어-킹)는 연인이 아니어도 함께 산다. 티파니는 다른 집을 알아보려 해도 이사가 쉽지 않다. 집이 그나마 마음에 들면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고, 임대료가 낮은 집은 주방에 욕실이 있는 등 거주 환경이 열악하다. 살인적인 주거난에 시달리는 런던 청년들의 현실이 드라마에 담겨있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이 주요 소재이기는 하나 드라마는 발랄하다. 티파니와 레온이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웃음을 부른다. 외모와 목소리는 근사하나 지질하기 그지없는 저스틴의 질투, 레온 형의 누명을 벗겨주고 싶은 티파니의 동분서주, 애인 케이와 갈등하는 레온의 사정이 이어진다.
낯선 남녀가 한 침대를 공유한다는 설정은 달콤한 사연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티파니와 레온은 서로 오해하고 서로에게 까칠하게 굴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을 보이면서도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려고 한다. 티파니의 직장 생활을 보여주며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딘 사랑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부모님 덕에 집 걱정 없이 사는 철부지 청년, 런던의 주거 현실을 실감하지 못하면서 ‘요즘 애들’을 입에 올리는 티파니 부모의 잔소리 등은 국경을 넘어 공감을 얻을 만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