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그만둬, 휴가 가라" 끈질기게 요구한 학부모... 대법원 "교권침해 맞다"

입력
2023.09.1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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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행동 아동 칠판에 이름 적고 청소시켜
학부모는 담임 교체와 장기간 휴가 요구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녀의 등교를 거부하면서 담임 교사의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학부모는 교권을 침해한 게 맞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초등학생 A군의 어머니인 B씨가 한 초등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21년 4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2학년이었던 A군은 수업 도중 소리를 내면서 생수 페트병을 갖고 놀았다. 담임인 C교사는 주의를 줬지만 A군은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C교사는 A군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에 붙인 뒤 방과 후 14분간 교실 청소를 시켰다. 그러자 B씨 부부는 교감을 찾아 C교사의 교체를 요구했다.

학교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자 B씨 부부는 더욱 강경하게 나섰다. 같은 해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A군을 수차례 학교에 내보내지 않았고 △학교엔 줄기차게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B씨는 △C교사에게 장기간 휴가를 권유했고 △교감에게는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아이가 등교부터 하교할 때까지 모니터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육청에도 C교사에 대한 민원을 넣었다. 이런 집중적인 민원에 시달리던 C교사는 기억상실 증세로 응급 입원한 데 이어, 2개월 간 우울증 증세로 병가를 내기도 했다.

C교사는 병가가 끝날 무렵 학교 측에 "B씨 때문에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교권침해 신고서를 제출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출석위원 6명 만장일치로 B씨의 교권침해를 인정하고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B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판단은 갈렸다. 1심 재판부는 "등교거부를 하거나 교사에게 업무를 쉬라고 직접 권한 건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며 교권침해가 맞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C교사가 먼저 A군에게 창피를 줘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었다"며 "청소 노동까지 부과하는 건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가 분명하다"며 B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2심을 다시 뒤집으며 교권침해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반복적인 담임 교체 요구 △자녀 등교 거부 △병가 제안 △수업 모니터링 등에 대해 "B씨가 상당 기간 동안 담임 교체만을 요구했고 C교사의 개선 노력 제안을 거부하며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점을 고려하면,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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