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보단 '영원한 오빠'로" 데뷔 60주년 앞둔 남진의 귀환

입력
2023.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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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오빠부대·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남진 신곡 공개
"세계 누비는 BTS 등 후배들 존경…대충 할 생각 없어"
쇼케이스로 신곡 '이별도 내 것' 등 2곡 공개

"이젠 어떤 이별도 두렵지 않다고 마음을 내려놨지만 행여 돌아올 거란 작은 기대마저도 허망한 꿈이었나 봐."

만남에 따르는 이별도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깨달음을 노래한다. 구슬픈 가사에 남진(78)의 애절한 목소리가 포개진다. 남진의 신곡 '이별도 내 것'은 그가 가장 잘하는 것들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의 히트곡 트로트 발라드 '가슴 아프게'(1967), '미워도 다시 한번'(1968) 등이 떠오르는 이유다.

'오빠부대'의 원조 남진(78)이 13일 서울 마포구 YTN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신곡 두 곡을 공개하며 귀환을 알렸다. 또 다른 한 곡은 남진이 새롭게 도전하는 라틴 재즈 댄스곡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이다. 남진의 히트곡 '둥지'(1999)의 차태일 작곡가와 협업한 곡이다.

사실 '귀환'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할 수도 있다. 남진은 늘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얼굴을 내비치는 그는 곡 작업도 꾸준히 해 왔다. 올 6월에도 '밥 사는 사람'이란 신곡을 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을 받을 때, 새로운 연인을 만나듯이 가슴이 설레고 뛰어요. 신곡이란 개념은 딱히 없고 저도 지나오면서 작사가, 작곡가, 편곡가 등 수많은 인연이 있잖아요. 맞는 곡은 언제, 어느 때라도 불러보고 싶어요." 대중 가수라면 대중과 항상 함께해야 한다는 철칙을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장윤정 등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곡('당신이 좋아'·2009년)을 내며 말 그대로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대선배로 남아있다.

남진은 1963년 한 음악 레스토랑 가수로 활동하다 1964년 가요계 정식 데뷔했다. 어느새 데뷔 60주년. 그는 '가왕'이나 '황제'와 같은 칭호보단 '오빠'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남진은 "나를 '가왕'으로 소개하면 노래하러 나가는 기분이 망가진다"면서 "가요계에서 '오빠부대'와 같은 팬클럽이 (나로 인해) 처음 생겼다는 자부심과 기쁨이 있어 '오빠의 원조'란 말이 가장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애써 '가왕'이란 칭호를 부정하지만 그에겐 '님과 함께'(1972), '빈 잔'(1982) 등 히트곡만 여러 개다. 꾸준하고 열정적인 곡 작업으로도 유명하다. "지금도 마음에 들 때까지 편곡만 수십 번 하기도 한다"는 그는 완벽주의 성향이기도 하다. 신인 작곡가나 작사가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둥지' 역시 당시엔 신인 무명 작곡가던 차태일의 능력을 알아본 남진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소속사 사무실에 놓여진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해 듣고 남진이 한눈에 반해 수년간 준비했던 앨범을 싹 뒤엎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이번 신곡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역시 신인 작사가 한시윤이 참여했다.

"신인으로 이제 데뷔하는 마음으로 헌신할 것"이라는 남진은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모든 장르를 함께하는 시대라서 감성만 잘 맞는다면 어떤 노래든지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판소리. 가요와 판소리를 병행하긴 어려워 배우진 못하지만 올 10월부터 시작될 전국투어 콘서트 무대에서 그 한을 풀겠단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이번 투어에서 히트곡 '님과 함께'를 국악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세계를 누비는 시대잖아요. 후배들이 대단하고 존경심이 생겨요. 대충 하다가 끝내고 싶진 않습니다. 떠나는 날까지 '오빠'라는 환호 소리를 듣고 힘을 내고 뜨거운 무대를 갖고 좋은 모습을 갖고 떠나고 싶습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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