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설립한 기업 임원에게 정자를 기증해 쌍둥이 자녀를 낳았다는 전기 내용이 공개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이날 출간된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책 '일론 머스크'에는 머스크가 시본 질리스(36) 뉴럴링크 임원과 아이를 갖게 된 배경이 담겼다. 뇌 이식 기술을 연구하는 뉴럴링크는 머스크가 2016년 설립했다. 아이작슨은 책을 통해 머스크가 "출산율 하락이 인류의 장기적인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책에서 질리스는 "머스크는 똑똑한 사람들이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했고, 내게도 그렇게 하길 권유했다"면서 "만약 내가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됐다면 머스크 자신이 정자 기증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머스크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은 질리스는 체외 수정을 통해 2021년 이란성 남·여 쌍둥이를 낳았다. 쌍둥이는 당초 질리스의 성을 썼지만, 이후 중간 이름을 질리스로 유지하고 성을 머스크로 바꿨다고 한다. 질리스는 아이작슨에게 "머스크가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 같은 역할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예상과 달리 머스크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질리스의 집을 찾는 등 쌍둥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2000년 캐나다 작가 저스틴 윌슨과 결혼해 슬하에 자녀 5명을 두고 있다. 연인 그라임스(클레어 바우처)와는 3명의 자녀를 낳았다. 질리스가 낳은 쌍둥이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머스크의 생물학적 자녀는 총 10명이 된다.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아버지 에롤 머스크에 대해 "오늘날까지 일론을 괴롭히는 엔지니어이자 악당, 카리스마 넘치는 몽상가"라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10~17세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았는데 이때 아버지의 폭언과 조롱 등 학대를 견뎌야 했다는 내용이 책에 담겼다. 머스크의 여동생 토스카는 아버지가 때때로 "너는 쓸모없고 한심하다"는 등 비난을 하며 자식들을 훈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기분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었고, 모든 것이 최고로 좋았다가도 순식간에 악랄해지고 폭언을 퍼붓곤 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의 사촌인 피터 리브는 머스크가 아버지로부터 이런 점을 물려받았을 수 있다며 "일론이 기분이 좋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재미있는 것 같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정말 어두워져서 주변 사람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내적인 평온함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가 맺는 관계 대부분이 "심리적인 혼란을 수반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머스크가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일시 차단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했다는 책 내용에는 일부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책에는 "머스크가 공격을 위해 스타링크 사용을 허락하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그는 크림반도 해안의 100㎞ 이내에 있는 커버리지(통신망 연결)를 끄라고(turn off) 엔지니어들에게 말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아이작슨은 이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설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WP는 "크림반도에선 애초에 스타링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스타링크를 켜달라고 했을 때 머스크가 러시아의 핵 보복을 고려해 거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작슨과 출판사 측은 후속판에서 해당 내용을 수정할 예정이다.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 등의 전기를 쓴 유명 작가다.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행하도록 허락했으며, 전기 내용도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출간된 '일론 머스크'는 670쪽에 달한다. 책에는 머스크의 생애와 유명인과의 일화 등이 담겼다.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32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