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컨트롤할 수 없는 또 다른 내가 있는 것 같다." 누구나 희로애락을 겪는다지만 어떠한 사람들은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탄 듯 최고와 최악을 오간다. 자기혐오에 빠져 방황하다가 상대방에게 분노를 뿜어낸다.
심리학에서는 이 상태를 경계성 성격장애(BPD)라 부른다. 각종 사건·사고의 가해자가 앓는 질환 정도로만 이해해 왔다면 책 '감정의 피부가 약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인 제럴드 J.크리스먼은 뉴욕 코넬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정신의학과 임상 부교수로 재직 중인 경계성 성격장애 분야 권위자. 1989년 초판부터 주목받았던 이 책은 최근 연구를 토대로 한 증상의 유전적 요인과 약물치료 등의 내용이 더해져 새로 출간됐다.
들여다보면, 경계인이 느끼는 문제들은 일정 부분 공감이 가기도 한다. 차이라면 모든 사람이 증상에 지배당해 인생을 잠식시키진 않는다는 것뿐이라는 게 책의 설명. 경계성 성격장애는 '감정 혈우병'으로도 불린다. 감정을 적절히 분출하도록 하는 응고 체계가 결여돼 있는 셈. 그래서 이들의 연약한 피부를 찌르면 감정적으로 피를 흘리며 죽게 된다. 충동적인 행동도 보이는데, 그중 자살시도는 오히려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떤 경계인은 고백한다. "감정을 느끼는 제 방식을 혐오해요. 저를 다치게 해야 고통이 사라질 것 같아요."
저자는 여러 극복법을 제시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나는 존재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상엔 내 마음 같은 사람도 없으며, 타인으로 인한 상처 역시 피할 수 없는 법.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오는 법은 결국 내 안의 나를 온전히 직시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