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1234!"
요즘 어르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건배사라고 합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1, 2, 3일만 아프다 죽자(죽을 '死'와 동음이의인 숫자 '4')는 뜻이랍니다. 살짝 아찔한 구호지만, 흰머리 성성한 어르신들이 막걸리잔을 부딪히며 외치는 모습을 상상하면 유쾌한 기분이 듭니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늙어가는 사회에 맞춰 생산구조는 물론이고, 연금·교육·노동 등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들이 대대적으로 손질되어야 하는데 작금의 한국 정치가 어두운 터널을 현명하게 뚫고 나갈 수 있을지 근심만 쌓입니다. 게다가 생산성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산업자본주의가 늙음과 늙은 존재를 얼마나 경시해 왔던가요.
최근 노화 관련 신간이 봇물처럼 터져나옵니다. 연초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를 필두로, '노화의 정복(까치글방)' '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동양북스)' '역노화(더퀘스트)'까지 의료, 비즈니스 등 여러 분야에서 노화를 다룬 책이 출간됐어요.
책들이 강조하는 것은 '수명의 연장'이 아닌 '젊음의 연장'입니다. 60대부터 골골거리며 100세까지 사는 게 아니라, 눈 감기 직전까지 활발히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책들은 음식, 우정, 삶의 목적, 섹스, 운동, 웃음 같은 것들을 챙기며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해야 하는 삶의 지혜를 알려줍니다.
좋은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건강하게 늙자는 말에 이의를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나, 각자도생의 논리를 펼치는 신자유주의가 '노화'마저도 개인이 미리미리 잘 관리해둬야 하는 자기계발의 영역으로 바꾸는 것 같다면 괜한 의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