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모두 마쳤다. 1차 소환(9일) 이후 이 대표와 검찰은 서로 날을 세우며 일정 조율에서조차 신경전을 이어갔지만, 정작 2차 조사는 2시간도 안돼 끝났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진술서로 답변을 대신하거나 혐의를 부인했는데, 검찰은 이 대표의 건강 등을 고려해 핵심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만 압축적으로 확인한 뒤 조사를 마무리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2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9일 1차 조사 때 이 대표가 건강을 이유로 중단을 요구해 진행하지 못했던 △쌍방울의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대납을 보고받았는지 여부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대납 의혹 등을 집중 조사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문건 유출에 대한 경위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에서도 주요 혐의와 관련한 사실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거나 "이 전 부지사가 한 일"이라는 취지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결재를 거친 경기도 공문 등 물증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이 전 부지사가 방북 비용을 쌍방울에 대납하도록 하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검찰과 이 대표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오후 1시 39분쯤 시작된 조사는 오후 3시 28분쯤 종료됐다. 휴식시간을 포함해도 실제 조사시간은 약 1시간 50분에 불과하다.
이후 2시간 40분가량 조서열람을 마치고 청사를 나선 이 대표는 "검찰이 오늘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증거를 제시 못 했다"며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엮으려고 하니 잘 안 되나 보다"라고 검찰에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앞서서도 "북한에 방문해 사진 한 장 찍어 보겠다고 생면부지의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사채업자 출신의 부패기업가한테 10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그런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제가 어리석지 않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앞두고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점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앞서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7월 검찰에서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이 대표의 1차 조사(9일)를 이틀 앞두고는 "검찰의 압박으로 허위진술을 했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이날 열린 공판에서 해당 신문 조서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조서에는 '대북지원 관련 경기도 공문을 이 대표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았다'는 취지의 이 전 부지사 진술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표는 2차 조사 조서에 서명 날인을 하면서도, 1차 조사 조서에 대해선 "진술 취지가 제대로 반영 안 된 부분이 있다"며 서명하지 않았다. 서명 날인이 안 된 조서는 법정에서 정식 증거로 쓰일 수 없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대표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간의 수사로 많은 증거가 확보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오늘자로 마무리하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향후 형사사법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