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용열차로 러시아 국경을 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행원은 군부 일색이다. 북한군 서열 1·2위와 해군사령관이 포함됐다. 북한이 의욕적으로 개발 중인 군사정찰위성 전문가도 함께 러시아로 향했다. 군사협력을 갈망하는 북한의 노림수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식량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협력 관련 인사들도 다수 열차에 올랐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10일 오후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하면서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주요 간부들이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수행원에 “리병철 당 비서, 박정천 군정지도부장, 최선희 외무상, 오수용·박태성 당 비서,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박훈 내각부총리,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 등이 확인됐다”며 “2019년 방러 때와 비교하면 군사 분야 담당자들이 많이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행원 가운데 리병철과 박정천은 북한군 서열 1, 2위이다. 김명식은 핵추진잠수함 기술, 조춘룡은 군사위성 관련 핵심 관계자로 꼽힌다.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특히 군부 인원들을 다수 대동한 것을 고려할 때 북러 간 무기 거래, 기술 이전과 관련된 협상이 진행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6일 북한의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에서 “해군무력의 급속한 발전성과를 쟁취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방위의 최우선 중대사”라며 “우리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명식 해군사령관을 수행원에 포함시켜 러시아로부터 핵추진잠수함을 비롯한 해군의 핵 기술을 넘겨받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다만 2019년 4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당시 수행했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경우 이번에는 동행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 김 부부장은 평양 환송행사에서 김 위원장 옆에 서 있었다.
북한은 군부 인사들 외에 오수용 경제부장과 건설 담당인 박훈 부총리를 수행원에 넣었다. 이들은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논의할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로 이른바 ‘외화벌이’ 해외 노동자들이 송환되면서 북한은 돈줄이 막힌 상태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러시아와 북한 노동자 송출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대북 식량지원에 적극적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에서)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안보리 제재가 식량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