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우유 소비 감소 직격탄을 맞은 유업계도 울상이다. 물가 안정을 내건 정부 ‘압박’에 인상된 원유(原乳) 가격의 상당 부분을 떠안으면서 실적 전망에 경고등이 켜져서다. 일부 업체에선 희망퇴직 초강수까지 두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14일 유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다음 달 1일부터 대형할인점에 납품하는 서울우유 ‘나100%우유’ 1,000㎖ 제품 가격을 3% 안팎 인상한 2,900원대로 정했다. 마시는 우유를 만드는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리터(L)당 8.8% 오르지만, 인상분의 절반 이상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았다. 우유시장 점유율 42%(지난해 상반기 기준)인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유업체도 흰 우유 1L 가격을 3,000원 아래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원유 가격 인상률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서 흰 우유 가격 오름폭을 결정해 온 유업계가 ‘밑지는 장사’에 나선 건 정부의 거듭된 압박 때문이다. 우유 가격 인상이 우유를 쓰는 아이스크림‧빵‧커피 등의 연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밀크플레이션’ 우려에 정부는 유제품 가격 결정에 경계심을 표해 왔다. 7월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유업계 10곳을 불러 유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인건비와 유류비 등 비용이 모두 올라 영업이익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적자 행진 중인 영업이익이 원유가격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흰 우유가 유통될 4분기부터 가파르게 하락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서울우유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233억 원이다. 영업이익률(2.2%)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3년째 마이너스인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 22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일유업은 상반기 영업이익(341억 원)이 1년 전보다 약 11% 늘었으나, 지난해 실적이 낮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평가다. 매일유업이 지난달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도 악화한 경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선 유업계가 유통채널별로 유제품 가격 인상률을 차등 결정하는 식으로 수익 보전에 나설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나100%우유’ 1,000㎖의 대형할인점 가격을 3% 인상하기로 한 서울우유는 같은 제품의 편의점 가격은 4.9%(3,050원→3,200원) 올리기로 했다. 다른 용량 제품의 가격 상승폭은 훨씬 크다. 200㎖ 흰 우유 가격은 9.1%, 1,800㎖는 11.7% 오른다.
물가 안정에 동참한다는 명분조차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대형할인점은 싸게 많이 팔아도 이익이 나지만, 소규모 점포는 납품 물량이 적고 물류비 등도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