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학교가 흔들린다

입력
2023.09.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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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원에서 어린 초등학생이 공을 냅다 차고는 "아빠, 빨리 가져와"라고 소리친다. 아빠는 자식이 대견스러운 듯이 웃으며 공을 가지러 뛰어간다. 이뿐 아니다. 기업의 TV 광고물에 자식이 아버지에게 이른바 '반말'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가끔 눈에 띈다. 심지어 정부기관의 TV 홍보물에도 자식이 부모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요즈음 거리, 공원, 식당 등에서 자식이 부모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의견 차이로 갈등할 때의 반말은 더욱 감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언어의 표현방식에서 따뜻하고 예의 바른 말씨는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국가의 질서유지와 발전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언젠가 일본의 NHK에서 다음과 같은 뉴스가 보도된 바 있다. 일본의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제1덕목은 남을 배려하여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고, 한국의 제1덕목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 사회가 남과의 충돌이 적은 가운데 공중도덕과 사회질서가 잘 유지되는 것은 이와 같은 제1덕목의 근간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윗사람을 공경해야 한다는 의식은 일본보다 한국이 분명 강하다. 한 예로 일본에는 동네마다 노인정이나 경로당과 같은 시설이 흔하지 않다. 그런데 윗사람을 공경해야 한다는 우리의 훌륭한 덕목과 의식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 흔들리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 이 윗사람의 범주에는 부모, 스승, 형, 선배 등이 모두 포함된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형과 동생, 선배와 후배, 상급자와 하급자 간에도 서로가 지켜야 할 순서와 예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대가족에서 소가족, 핵가족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을 통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가정교육이 없어져 윗사람에 대한 공경의식이 많이 약화하고 있다. 게다가 성적과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다 보니 사람됨을 다듬고 가르쳐야 하는 인성교육이 등한시되고 있는 것이 학교 교육의 현주소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나? 자기보다 나이 많은 어른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선생님께도 대들어 교권을 위협하는 일까지 발생하여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부모에게 공손한 말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윗사람을 공경하고 예의를 지키게 하는 가정교육과 함께 학교에서의 인성교육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 교권과 학생인권 보호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공손한 말씨와 예의 바른 태도를 겸비한 귀여운 자녀들이 학교를 거쳐 사회에 나아가서는 선배, 동료, 직장 상사 등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사랑과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것이 교권과 학생인권에 대한 대책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우석 전 영산대 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