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우주기지'서 만나나... 위험한 거래가 임박했다

입력
2023.09.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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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북한 국경을 넘어 러시아에 들어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위험한 거래가 임박했다. 하지만 그의 전용열차는 당초 회담장소로 점쳐지던 블라디보스토크를 건너뛰어 더 북쪽으로 향했다.

이에 정상회담 장소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번 회담의 핵심 목표인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다. 블라디보스토크와는 1,300㎞가량 떨어져 있다.

보스토치니가 목적지라면 김 위원장 열차는 13일 오후 도착할 전망이다. 따라서 13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거나, 13일 만찬 이후 14일 회담을 열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은, 블라디보스토크 아닌 북쪽으로 방향 잡았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10일 오후 평양을 출발, 12일 오전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했다. 평양에서 1,000㎞ 정도 거리인 하산역은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유일한 기차역이다. 국방부는 "김정은이 오늘 새벽 전용열차를 이용해 러시아 내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산역에서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잠시 정차했던 열차는 이후 우수리스크 인근 라즈돌나야강 철교를 건너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아무르주가 있는 북서쪽으로 이동했다. 우수리스크역에서 블라디보스토크가 있는 남쪽으로 선회할 것이란 예상을 깨는 행보였다. 동방경제포럼(EEF) 참석차 11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고 있는 푸틴 대통령과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는 동선을 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회담 장소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졌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다른 지역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간과 거리상, 그리고 김 위원장의 성향에 비춰볼 때 열차를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선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능성 떨어진 블라디보스토크...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유력?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대안으로 부각됐다. 북한 사전답사단이 다녀간 터라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로 들를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상된 곳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EEF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을 공개하며 "내가 그곳에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라면서 '빅 이벤트'를 예고했다. 러시아는 2012년부터 기지를 건설해 2016년 첫 위성을 발사했다.

하바롭스크주의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도 회담 장소로 함께 거론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방문한 곳으로, 전투기와 군함 생산시설을 갖췄다. 다만 회담이 우주기지에서 열릴 경우 하바롭스크는 북한으로 돌아가는 길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러 정상회담을 열 만큼의 면모를 갖추고 역사성과 상징성을 내세울 수 있는 곳은 극동 지역에서 몇 군데 없다"고 말했다.

디데이는 13일..."더 늦어지긴 어려워"

회담 시점은 당초 12일로 점쳐졌지만 13일 이후로 넘어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보스토치니나 하바롭스크로 가는 동안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EEF 일정을 소화하고 13일 폐막 이후 항공편으로 김 위원장을 만나러 이동하는 시나리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3일 오후나 14일 정도 예상할 수 있는데, 경호 문제나 내부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더 늦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 RBK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오는 13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16일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