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런 1위 노시환(23·한화)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해결사로 나선다.
노시환은 대회 4연패에 도전하는 야구 대표팀의 핵심 타자다. 한국 야구는 지난해 타격 5관왕을 차지한 이정후(키움)가 발목 부상으로 빠졌고, 강백호(KT)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찬스에서 믿을 구석은 노시환의 한 방이다.
노시환은 11일 현재 KBO리그 홈런 1위(30개), 타점 1위(96개), 장타율 1위(0.563)를 질주하며 프로 데뷔 5년 만에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성인 대표팀에 처음 뽑혀 국제대회 활약 여부가 물음표지만 거포의 상징인 30홈런을 때리고 태극마크를 달아 상대에 위압감을 줄 수 있다.
최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노시환은 “지난해 6홈런을 쳤기 때문에 올해 30개를 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거포로서 큰 의미를 가지는 30홈런을 치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돼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심 타선에 배치된다면 책임감을 갖고 어떻게든 주자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2000년생인 노시환은 대표적인 ‘베이징 키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승엽 두산 감독이 극심한 부진을 겪다가 일본과 준결승에서 역전 홈런을 때리고, 마무리 정대현이 쿠바와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는 병살 플레이를 유도하는 장면을 보면서 야구 선수 꿈을 키웠다. 노시환은 “마지막에 병살로 끝나는 장면이 드라마처럼 멋있었다”며 “올림픽을 보고 야구가 하고 싶어졌다”고 돌아봤다.
영상으로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던 국가대표 선배들을 보고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도 알게 됐다. 노시환은 “대표팀에서 중심 타자들이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무게감이 있는 것”이라며 “상대 투수들이 절대 좋은 공을 안 주고, 더욱 전력을 다해 던지기 때문에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무게감을 이겨내야 하는 게 중심 타자다. 첫 경험이지만 잘 이겨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표팀은 25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 21명과 ‘29세 이하’ 와일드카드 3명으로 구성돼 베스트 전력이 아니다. 금메달을 다툴 일본은 KBO리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의 실업 야구 선수들로 꾸렸고, 대만은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거 7명 등 최고의 선수들이 나설 것으로 알려져 험난한 도전이 예상된다.
노시환은 “나라를 대표해 오는 만큼 상대 팀도 분명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텐데, 단기전은 한 끗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며 “얼마나 팀워크가 좋은지, 찬스에서 집중력이 좋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선배들도 분명히 찬스에 강했고, 중요할 때 해결사가 나타나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다”며 “어린 선수들이지만 똘똘 뭉쳐 잘할 수 있다. 누구든 잘해서 이기는 게 가장 좋다. 물론 내가 해결사가 된다면 더 좋겠다”고 강조했다.
태극마크에 좋은 기억도 있다. 노시환은 경남고 3학년 시절인 2018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나가 대만, 일본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대표팀 4번 타자로 타율 6할대(0.692) 맹타를 휘둘러 타격상을 받기도 했다. 노시환은 “그때 내가 잘하긴 했다”며 웃은 뒤 “아시안게임에서도 비슷한 타격 성적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망했다. 다만 그는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그래도 국제대회를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라 긴장되는 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0월 1일 약체인 홍콩과 대회 1차전을 치르는 대진도 나쁘지 않다. 노시환은 “올스타전 때 (이)정후 형이 ‘첫 경기가 긴장이 많이 된다. 처음에 쉬운 팀을 만나야 긴장이 풀린다. 시작부터 힘든 팀을 만나면 어렵게 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첫 경기가 홍콩이라 대진 운은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계속 시즌을 뛰고 있어서 대회가 임박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면서 “청소년 대표팀부터 함께 뛰었던 원태인(삼성)과 ‘무조건 금메달을 따고 오자’고 했다. 또 금메달을 목에 걸고 와야 소속팀(한화)에도 덜 미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