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살인 사건의 피의자 최윤종(30)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본 뒤 이를 모방해 치밀한 계획 범죄를 저질렀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그는 범죄에 착수하기 이전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는 등의 메모를 작성하며 범행 의지를 다졌고, 범행 직후 피해자가 응급처치를 받는 순간에도 "물을 달라"며 태연히 피해자 상태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준 부장검사)은 12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최씨를 구속기소했다. 최씨는 지난달 17일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등산로에서 주먹에 너클을 착용한 상태에서 피해자의 뒤통수 등을 수 차례 때려 쓰러뜨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행은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사건은 최씨가 성폭행 이후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완수사를 진행한 검찰은 최씨가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자신의 행위로 인해 특정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하는 것)를 가지고 격렬히 저항하는 피해자의 목을 3분 이상 졸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최씨는 은둔 생활을 하던 중 인터넷으로 성폭력 범행에 대한 기사를 읽었고,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그는 "기사를 통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기사를 보고, 피해자를 기절시킨 뒤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서 성폭력 범행을 저지르기로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준비는 치밀하게 이뤄졌다. 범행에 사용한 철제 너클은 사건 넉 달 전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구입했고,범행 장소를 고르기 위해 CCTV가 없는 장소를 오랜 기간 찾아다녔다. 실제 범행이 일어난 신림동 등산로는 사건 엿새 전 발견해 수 차례 주변 상황을 점검했다.
준비가 끝나자, 최씨는 범행 이틀 전부터는 "용기 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거나 "인간은 기회를 잡아야 해"라는 메모를 적으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했다. 또 최근 발생한 살인 사건 기사를 찾아보는 등 의지를 굳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는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를 상대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갈증 해소를 위해 계속 물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면서 "범행 전후 정황을 충분히 확인해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