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유니콘 될 때까지... 한국투자의 150억 '책임투자'

입력
2023.09.14 04:30
19면
창업보육기관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서울 테헤란로에 창업공간 마련 등
청년 기업에 매년 150억 원 지원 계획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금융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신생기업(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인근에 '플랫폼(Platform)365'를 개소했다. 플랫폼365는 민간이 운영하는 창업보육 공간으로, 2개 층 1,600㎡ 규모에 최대 30여 개 스타트업이 입주 가능한 구조다.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제반 설비를 일체 무상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용 회의실과 대형 강당(콘퍼런스룸), 1인 기업을 위한 포커스룸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플랫폼365에는 "청년 사업가의 창업부터 후속 투자까지 필요한 모든 것들을 실질적·체계적으로 1년 365일 원스톱(하나의 공간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 지원하겠다"는 그룹의 포부가 담겼다. 그룹은 더 많은 청년 기업의 보금자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추후 가용공간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청년 기업에 매년 150억 원씩 투자

플랫폼365는 그룹 산하 창업보육 기관인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KIAC)가 운영하고 있다. KIAC는 초기 단계 기업에 필요한 사무공간 또는 멘토링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incubator)와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컨설팅, 사업설계 지원과 투자에 참여하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역할을 겸한다. KIAC는 특히 사업 개시 3년 미만의 초기 창업 기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KIAC는 지난해 '한투 바른동행 셰르파 제1호' 펀드를 결성하며 첫 사업을 시작했는데, 펀드 규모가 150억 원에 이른다. 액셀러레이터 펀드 중 최대 수준이다. 책임 투자와 사회공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 정책자금 투입 없이 한국투자증권 등 그룹 계열사의 출자로만 구성된 것이 큰 특징이다.

일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도록 KIAC는 청년 기업에 매년 150억 원씩 지원할 방침이다. 그룹 내 다양한 금융사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초기 기업이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기업 생애 전 주기를 돌볼 예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

KIAC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중 사회적 책임에 방점을 두고 있다. "KIAC를 통해 모험자본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곳으로 순환·배분하는 금융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남구 그룹 회장은 일찍부터 "세상의 가치 기준이 바뀌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며 "그룹 역량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설파해 왔다고 한다.

그룹 관계자는 "과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졌을 때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 판매금 전액을 보상하기로 결정한 것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021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라임, 옵티머스뿐만 아니라 디스커버리, 삼성젠투, 팝펀딩 등 10개 상품 판매대금 총 1,584억 원을 고객에게 환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징계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금융당국의 권고 이전 선제적으로 보상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영업관행 개선안도 제시했다.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책임을 강화하고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상품 판매 관련 직원 교육과 감사의 확대 △관련 평가보상 시스템 개편 등 전반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ESG 관련 투자만 1조2,000억 달해

그룹은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 환경 등 ESG 전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투자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업계에서 "ESG 경영에 본격 참여하겠다"는 선언으로 평가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듬해인 2021년 ESG 투자를 관장하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 'ESG 위원회'를 설립했다. ESG 위원회는 현재 △친환경 기업투자 △ESG 관련 채권 인수 및 상품 출시 △동반성장 및 상생가치 실현 △포용 금융 및 사회공헌 확대 △지배구조 우수기업 상품 개발 및 투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 분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폐기물 처리 등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친환경 서비스 업체에 직·간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풍력에 이어 수소 연료전지 발전 산업에 이르기까지 환경 관련 투자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계열사 중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ESG 관련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2021년까지 총 1조1,771억 원에 달한다. 사회적 책임 부문 투자금은 5,873억 원으로 비중이 가장 크고, 지배구조 개선에는 3,245억 원, 환경 분야는 2,653억 원을 투자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