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가해자 학부모로 추정된 이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이 등장하면서 사적제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계정은 해당 학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입어 생성된 지 하루 만에 팔로어 수가 7,000명을 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개인 정보 유출과 미확인 정보로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대전 교사 사망사건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의 글이 40여 건 올라왔다. 해당 계정 소개글에는 '24년 차 여교사를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와 그 자식들의 얼굴과 사돈의 팔촌까지 공개합니다'라고 돼 있다. 이 계정에서 학부모로 지목된 이들의 이름과 얼굴 사진은 물론 집과 사업장 주소, 자녀 얼굴과 이름까지 그대로 노출됐다. 해당 학부모의 출신 학교와 이사 갈 집 주소와 해당 집 등기부등본까지 공유됐다.
계정 운영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법으로 그들의 잘못을 일깨워주고 싶다"며 "혹자는 선을 넘는다고 할 수 있지만 저들 때문에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엄마는 딸을 잃었고, 두 아이는 엄마를 떠나보내며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과도한 신상 공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이 운영자는 "해볼 테면 해봐라. 나는 만 10세 촉법소년이니 14세가 되기 전까지 계속 괴롭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가해 부모들이 선생님에게 그랬던 것처럼 (비난 댓글과 메시지에 대해)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계정은 하루 새 팔로어 수가 7,000여 명이 넘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저도 악성 민원으로 올해 초 면직한 사람이다. 올린 글에 격하게 공감한다" "힘내라 촉법소년" "민사소송에 걸린다면 우리가 돈을 모아서 비용을 지원해주겠다" 등의 반응이 빗발쳤다.
하지만 과도한 신상 공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해당 계정은 11일 오후 돌연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SNS에 특정인의 신상을 올리는 행위는 실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는 중한 범죄라고 우려했다. 지난 6월에도 유튜브 채널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의 사진과 이름 등 신상정보가 담긴 영상을 공개해 사적제재 논란이 일었다.
김의택 법률사무소 으뜸 대표 변호사는 "제3자가 타인의 신상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며 "신상을 반복하여 올리고 실명과 얼굴, 주거지 등을 주도하여 공개한 사람은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으며, 촉법소년인 경우에도 손해배상 책임은 지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시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사회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쁜 사람을 응징하겠다는 동기를 설정하고 직접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하고, 이로 인해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누리꾼들도 "신상 공개 취지엔 공감하지만, 아이들 얼굴은 지우는 게 좋을 것 같다" "내 가족 살인범이라도 이런 식으로 하면 위법이다" "과도한 사회적 낙인찍기" 등 우려하는 반응도 많았다.
국민적 공감대가 큰 사건에 대해 국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설 교수는 "일련의 사건 수사 상황을 국민들이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면 이 같은 사적제재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처벌 대상인 사적제재보다는 경찰 등 공권력에 해당 내용을 알려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의택 변호사도 "국가 공권력과 법적제재에 대한 불신으로 사적제재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점이 없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