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살해한 '인천 스토킹 살인' 사건 유족이 가해자에게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 문자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스토킹 살해 피해자 30대 A씨의 사촌언니는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피해자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이 글에 따르면 A씨는 가해자 B씨와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이 되었고, A씨의 소개로 같은 직장에 다니게 됐다. 하지만 B씨의 집착으로 다툼이 많아지면서 A씨가 헤어지자고 얘기하자 폭행과 스토킹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비밀연애를 했지만 B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씨와 찍은 사진을 게시하며 괴롭혔다. 결국 A씨는 지난 5월 B씨를 스토킹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B씨는 계속 A씨 집 앞을 찾아왔다. 이에 6월 인천지법은 B씨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렸다.
사촌언니는 "스토킹 위협을 받던 동생은 스마트워치를 매번 차고 있었다"며 "(B씨가 집 앞에 나타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6월 29일 경찰이 집에 찾아와 '스마트워치 반납을 해달라'고 안내해 7월 13일 자진 반납을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 반납 나흘 뒤인 7월 17일 오전 6시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섰던 A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사촌언니는 "살려달라는 동생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뛰쳐나온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다가 칼에 찔렸고 손녀(A씨의 딸)가 나오려고 하자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동생이 칼에 찔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족들은 이 사건이 스토킹 신고에 앙심을 품은 B씨가 A씨를 살해한 보복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보복살인보다 형량이 낮은 살인죄를 적용했다. 사촌언니는 "첫 재판을 앞두고 (B씨 혐의가) 보복살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스토킹 신고로 인해 화가 나서 죽였다는 동기가 파악되지 않아서라고 한다"며 "동생은 B씨를 자극할까봐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조차 하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B씨는 동생을 죽인 건가"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촌언니는 "(A씨의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며 생겼던 상처 자국을 보며 동생이 생각난다며 매일 슬픔에 허덕이고, 여섯 살인 동생의 딸은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제발 부디 동생의 딸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스토킹 범죄 피해자분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가해자 엄벌 탄원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