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내년 아시안컵 우승 전망 밝혔는데...퇴보하는 '클린스만호' 어쩌나

입력
2023.09.10 18:30
일본, 독일에 4-1 대승...5경기 3승 1무 1패
말레이시아도 中에 1-1 무...5경기 3승 2무
일본, 총 16골...한국, 3무 2패로 고작 4골
클린스만 감독, 개인 행보 논란도 문제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회 전망이 밝지 않다. 한국 축구만 퇴보하고 있는 듯하다. A매치 기간 일본은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무려 4골을 몰아치며 대승해 지난해 월드컵 성적이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말레이시아는 전력상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중국에 비기는 등 불과 4개월 남은 아시안컵을 향한 준비가 안정궤도에 들어선 듯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5경기째 '무승'일뿐만 아니라 고작 4골만 득점하며 '역대급 전력'이란 평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 A매치 평가전에서 4-1로 대승했다. 일본은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독일을 2-1로 역전승하며 이변을 일으켰는데, 이는 이변이 아닌 실력임이 입증됐다. 이로써 일본은 독일과의 대결에서 2연승을 이어갔고 향후 아시안컵 우승 전망을 밝혔다.

일본은 이날 전력이나 상황적으로 불리해 보였다.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독일은 15위로 독일 원정경기였다. 일본은 전반 11분 만에 이토 준야(랭스)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8분 뒤 독일의 르로이 사네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균형을 이뤘다. 이어 전반 22분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가 추가골을 터트렸고, 후반 45분과 추가시간 각각 아사노 다쿠마(보훔)와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가 독일의 골망을 흔들며 대승했다.

독일에서 무려 4골을 몰아친 일본은 이날 경기까지 A매치 3연승을 이어갔다. 지난 3월 우루과이(1-1 무)와 콜롬비아(1-2 패)를 상대한 이후 6월 엘살바도르(6-0 승), 페루(4-1 승), 독일(4-1 승) 등 최근 A매치 5경기에서 3승 1무 1패를 이어갔다. 특히 3경기 연속 대량 득점을 쏘며 5경기 16골을 기록했다.

한국의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FIFA랭킹 136위)는 중국(80위)을 상대로 1-1로 비기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말레이시아는 9일 중국 청두의 펑황산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중국과 친선경기에서 전반 11분 만에 파이살 할림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전반 36분 중국에 동점골을 허용해 아쉽게 무승부를 거뒀다.

아울러 '김판곤호'는 최근 5경기에서 3승 2무로 패배가 없다. 지난 3월 홍콩(2-0 승)을 시작으로 6월 솔로몬제도(4-1 승)와 파푸아 뉴기니(10-0 승)를 상대로 3연승을 이어갔고, 9월 시리아(2-2)와 중국에 무승부를 올렸다. 득점만 무려 19골이다.

김판곤 감독은 지난 1월 2022 아세안축구연명(AFF) 미쓰미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에서 말레이시아를 준결승까지 올렸으나 태국에 밀려 탈락했다. 올 들어 A매치에서 승승장구하며 베트남을 동남아 강호로 이끈 박항서 전 감독의 위상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같은 E조에 편성된 '김판곤호'는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스만호' 위기 속 비난 여론 들끓는 개인 행보

반면 한국의 성적은 처참할 지경이다. 9월 A매치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빠지긴 했지만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이재성(마인츠) 황인범(즈베즈다) 조규성(미트윌란) 등 역대급 전력 구성에도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지난 8일 웨일스전에서 0-0으로 비기며 5경기(3무 2패)째 무승을 이어갔다. "공격축구를 보여주겠다"던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강의 공격수를 보유하고도 5경기 4골이라는 부진한 공격력만 보여줬을 뿐이다. 5경기 16골을 몰아친 일본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말레이시아도 기록한 친선경기 승리가 없다는 사실에 "아시안컵 우승 목표"로 삼은 클린스만 감독의 오만으로 보인다.

한국(FIFA랭킹 28위)의 웨일스(35위)전은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 비해 퇴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3월 친선경기 땐 팬들을 위해 카타르월드컵 출전 멤버를 그대로 기용했고, 남미 강호 우루과이(1-2 패)와 콜롬비아(2-2 무)에 그나마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의 전방 압박 및 빌드업 축구가 어느 정도 구사됐다.

그러나 6월 평가전에선 뚜렷한 전술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에는 1-4로 대패했던 페루(21위)에 0-1로 졌고, 한 수 아래 전력인 엘살바도르(75위)엔 1-1로 비겼다. 공격축구를 지향한다는 클린스만 감독 만의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5경기 득점 장면을 보면 콜롬비아전 2골은 손흥민의 중거리포와 프리킥골 등 개인 능력에 의한 것이었다. 엘살바도르전 때도 전술적 결과가 아닌 황의조가 수비에 버티며 성공한 골이었다.

이번 웨일스전에서도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력 속에 전술적 색깔은 부재했다. 90분 내내 후방 패스만 주고받다가 위기를 자초하는가 하면, 후반에는 손흥민을 프리롤로 두면서 하프라인 넘어서까지 수비에 가담케 하는 등 어떤 축구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소속팀에서 중원 자원으로 활용도가 높은 이재성과 홍현석(헨트)을 좌우 윙어라는 제한적 포지션을 부여해 '선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수장으로 부임한 이후 잦은 해외 출장과 방송 활동 등 개인 일정, K리거 외면 등으로 논란에 서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A매치에서 승리해도 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정은 건너뛰고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의 안일한 대표팀 운영이 비난을 받는 이유다.

더욱이 클린스만 감독은 가뜩이나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웨일스전이 끝난 뒤 아들을 위해 애런 램지(카티프시티)의 유니폼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고,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매치에 참가 명단 이름을 올려 충격도 줬다. 한창 A매치가 진행 중인데 개인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듯했다.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이 레전드 매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전했지만 이러한 논란이 일 게 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 문제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의심의 눈을 거두기 어렵다. 13일 영국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르는데 대표팀 베이스캠프가 뉴캐슬이 아닌 런던 인근의 브렌트퍼드라는 점 때문이다. 이곳에서 이틀(9~10일)을 머문 뒤 뉴캐슬로 이동(11일)한다고 한다. 뉴캐슬과 브렌트포드는 400km 이상 떨어져 있다. 결국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매치에 출전하려고 런던 훈련 일정을 넣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여러 논란은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는 자칫하면 대표팀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11월 2026 월드컵 예선과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코앞인 상황에서 감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대표팀은 걷잡을 수 없는 패닉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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