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위, 공론화위·이해관계자위 쌍끌이로 '여론밀착형 연금개혁안' 추진

입력
2023.09.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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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기여 대표자 모인 '이해관계당사자위' 
공론화위 10월부터… 국민 여론 중심의 개혁
연금특위 기한 내년 총선 치를 4월까지 연장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도출 작업이 재정안정화와 소득보장성 강화를 둘러싼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그 돌파구로 국민 여론 수렴에 중점을 둔 개혁안 마련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연금을 내고 받는 당사자들의 대표가 모인 자문기구 '이해관계당사자위원회(가칭·이해관계자위)'를 만들고, 다음 달부터 공론화위원회 출범 작업을 본격화한다. 사실상 재정안정화에 방점을 찍고 급여 인상을 억제하려는 정부안을 순순히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연금특위는 사용자, 가입자, 지역가입자 대표로 이해관계자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용자를 대표하는 경영자단체, 가입자를 대표하는 노조, 지역가입자를 대표하는 자영업자 및 소비자단체 등을 위원회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위원 구성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연금특위는 애초 해당 위원회를 사회적 합의 기구 성격으로 두고, 특위가 위원회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내부 갈등을 노출해 개혁에 대한 기대를 꺾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특위 산하 자문위원회 성격의 기구로 만들기로 했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재정안정화와 소득보장성 강화를 각각 중시하는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하게 대립하다가 단일안을 만들지 못한 점,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연금특위가 내부 갈등으로 합의안을 내지 못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연금특위 관계자는 "보험료율 인상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자문위(이해관계자위)가 의견을 내면 특위가 이를 참고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계산위 공청회 안 여야 모두 부담, 국민이 결정하게"

지지부진한 공론화위 출범 작업도 속도를 낸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6월부터 '한국형 노후소득보장 그랜드 플랜 수립을 위한 검토 과제'란 주제로 연금 개혁에 대한 주제별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20일쯤 위원들의 주제별 발제를 마무리하고, '한국형 노후소득보장 방향 설정을 위한 공론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공론화위 운영 방향의 큰 틀을 잡고 4~5개월간 500명 규모로 위원회를 가동할 계획이다.

연금특위는 공론화위에 재정안정화와 소득보장성 강화 모두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방침이다. 재정계산위가 조만간 정부에 제출할 최종보고서, 이를 토대로 정부가 다음 달까지 내야 하는 종합운영계획안은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서 공론화 위원들의 의견을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재정계산위는 지난 1일 공청회에서 소득보장성 강화의 핵심인 소득대체율 인상안은 빼고 재정안정화에 초점을 둔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고, 이를 두고 소득보장성 강화 진영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위 관계자는 "여야 모두 보험료율 인상을 중심으로 한 재정계산위 계획안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재정계산위 내부 갈등으로 개혁 여론이 형성된 것도 부담인 만큼 이를 국민이 결정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당초 다음 달까지로 예정된 활동 기한을 내년 4월까지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 경우 공론화위가 내년 총선 직전까지 운영될 가능성이 커서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가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