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통로로 악용된 차익결제거래(CFD)1 서비스 재개 여부를 놓고 증권사의 고심이 깊다. 거래 요건이 까다로워진 데다, 이른바 '라덕연 사태'의 여파로 몸 사리는 곳도 있어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CFD 서비스를 재개한 증권사는 교보·메리츠·유안타·유진투자증권 등 4곳이다. 금융당국이 신규 CFD 거래를 제한했던 5월까지 CFD 거래가 가능했던 증권사(13곳)의 31% 수준에 불과하다. 이 중 SK증권은 7월 말 국내주식 CFD 서비스를 종료했다.
CFD 잔액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을 보면 7일까지 CFD 명목잔액(증거금 포함)은 1조2,700억 원이다. 3월 말 금융감독원이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했던 CFD 잔고는 2조8,000억 원에 달했다.
CFD가 지지부진한 배경을 놓고 "규제 강화로 증권사에도, 투자자에게도 거래 실익이 사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비스를 재개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CFD도 신용공여2 한도에 포함되면서 증권사별로 리스크 판단 정도가 갈릴 것"으로 추정했다. 당국은 증권사의 무분별한 CFD 투자 권유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CFD 거래금액도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하도록 했다. 증권사에 신용공여와 CFD 거래금액의 합을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맞춰야 하는 숙제를 안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CFD 투자자 요건이 깐깐해지면서 소위 '레버리지'3를 노리는 투자자는 CFD 대신 신용공여에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증거금 약 40%를 내면 증권사로부터 투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 동일해, 별반 차이를 못 느낄 것이라는 주장이다. CFD는 공매도 포지션4이 가능하고, 파생상품이라 투자수익에 붙는 세금도 주식의 절반(22→11%)이다. 그러나 '고위험 투자상품 월말평균 잔고가 3억 원 이상'인 투자자만 거래 가능하도록 진입 장벽이 대폭 높아진 상태다.
박스권에 갇힌 증시도 주식파생상품 CFD의 매력을 줄이는 요인이다. 8일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CFD 순잔고액 대부분이 건강관리(바이오)에 몰리는 양상이다. 테마주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방증이다.
라덕연 사태가 끝나지 않은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있다. 아직 서비스를 재개하지 않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그 이슈가 다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거래를 재개한 회사들은 왜 이렇게 빨리 결정했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라씨는 5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시세조종·무등록 투자일임업)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