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인류애로 돕고, 내진 점검 강화해야

입력
2023.09.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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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프리카 북서부 모로코에서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수천 명의 부상자 중 중태가 많고, 추가 수색과 구조 작업도 더뎌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산사태로 길이 끊긴 아틀라스 산맥 고지대는 정확한 상황 파악도 안 되는 실정이다.

피해가 커진 건 지진이 드문 지역이라 낡은 벽돌로 지은 허술한 집이 대부분이어서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잠자리에 든 밤 11시 11분께 지진이 발생했고, 진원이 10㎞로 얕아 파괴력이 강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세 천년 고도 마라케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들과 옛 시가지 메디나도 멀쩡할 순 없었다.

국제사회는 슬픔을 표하고 앞다퉈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끔찍한 고난을 겪고 있는 모든 분을 위해 기도한다"며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인도는 물론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와 이란도 애도를 표했다. 지난 2월 비슷한 강진의 아픔을 경험한 튀르키예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상도 성명을 냈다. 우리도 지구촌은 하나라는 인류애로 위로를 전한 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돕고 나서는 게 마땅하다.

모르코 강진이 1900년 이후 진도 6.0 이상의 지진이 한 차례도 없었던 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우리도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 실제로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1952년 평양에선 규모 6.3의 강진이 있었다. 올해 발생한 규모 3.0 이상 지진도 10건이 넘는다. 더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과 '순살 아파트' 사태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철근도 빼먹는 마당에 내진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됐을까 의문이다. 기준이 강화된 2000년 이전에 준공된 건축물은 내진 보강이 급하다. 지진은 예측할 수 없지만 부실은 미리 점검할 수 있다. 천재(天災)는 막을 수 없어도 인재(人災)는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