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레이서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꽤나 인상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젊은 선수의 경우 F1 무대를 꿈꾸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의 꿈이 바로 커리어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바탕으로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비롯해 전세계의 다채로운 내구 레이스 커리어를 쌓고,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구 레이스의 '정점'에 바로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가 주관하는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 대회이자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메인 이벤트'로 품고 있는 대회,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가 존재한다.
과연 FIA WEC는 어떤 대회일까?
2012년, 새롭게 거듭난 WEC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자동차 경주는 끊이지 않았고 유럽과 미국, 그리고 어느새 아시아 등 전세계 곧곧에서 다채로운 대회가 피어났다.
기술 경쟁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F1과 험지를 달리는 WRC 및 다카르 랠리 등 세계에는 무척이나 독특하고 특별한 대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회들은 '생존' 그리고 '발전' 등을 거듭하며 더욱 성장하고, 더 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진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물론이고, 세계의 여러 내구 레이스가 그렇듯 '내구 레이스'는 그 자체로도 대중의 관심을 끌고, 브랜드의 명성을 높이기 충분하다. 하지만 '충분'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지난 2012년,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비롯해 유럽 지역에서 여러 내구 레이스를 주관하던 ACO(Automobile Club de l’Ouest)가 대회의 성장, 그리고 발전을 위해 고민한 결과가 나타났다.
바로 FIA의 공인을 받고, 더 큰 세계를 무대로 내구 레이스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WEC'를 출범한 것이다. WEC는 내구 레이스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르망을 비롯해 전세계 곧곧을 누비며 치열하며 혹독하게 펼쳐질 내구 레이스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세계를 누비는 내구 레이스 대회
FIA WEC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계 규모'의 대회로 구성됐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 세브링을 시작해 포르투갈의 '포르티망' 대회와 스파 6시간 내구 레이스(6 Hours of Spa-Francorchamps)와 프랑스에서의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 이탈리아 몬자, 일본 후지 그리고 바레인으로 이어지는 일정으로 운영 중에 있다.
총 7번의 레이스는 주행 거리(1000마일 오브 세브링)을 비롯해 6시간 및 8시간의 내구 레이스, 그리고 르망에서 펼쳐지는 24시간 내구 레이스 등 '내구 레이스의 다양한 매력'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구성이다.
다만 이러한 대회 일정은 같은 FIA 주관 대회이면서도 '전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F1, WRC 등에 비해 대회의 빈도가 낮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FIA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인지하고 2024년부터는 8번의 경기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2024년은 카타르에서 개막전을 치르고 이탈리아의 이몰라와 벨기에 스파-프랑코샹에서 6시간 내구 레이스를 치를 예정이다. 더불어 프랑스를 찾아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치르고 이후 브라질, 미국, 일본 그리고 바레인으로 이어진다.
세 개의 클래스, 그리고 치열한 경쟁
다른 내구 레이스가 그런 것처럼 FIA WEC는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레이스 속에서 여러 클래스가 혼주하는 구성을 갖췄다. 2023년 현재, WEC는 하이퍼카 클래스와 LMP2 클래스 그리고 LM GTE 클래스 등 총 세 개의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이퍼카는 말 그대로 '브랜드들의 대격전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점을 노리는 토요타 가주 레이싱을 비롯해 올해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의 우승을 차지한 페라리는 물론 모터스포츠 명가 포르쉐가 참전한다.
여기에 '프렌치 퍼포먼스'와 독특한 설계 및 디자인으로 이목을 끄는 푸조는 물론, 아메리칸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유럽 브랜드를 겨냥하는 '캐딜락 레이싱' 역시 하이퍼카 클래스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또한 글리켄하우스, 반월 등도 참전 중에 있다.
하이퍼카 클래스는 자체 설계 기반의 섀시는 물론 LMP2 섀시(LMDh 클래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통해 순간적으로 강력한 출력을 구현하고, 고정적이지만 공기역학의 이점을 고스란히 살릴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에 따라 합산 출력 680마력(500kW)을 낼 수 있으며, 가벼운 차체, 그리고 우수한 전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우수한 운동 성능을 약속한다. 과거 폭발적인 성능의 LMP1 등과 비교한다면 내심 아쉬울 수 있지만 그 움직임 만큼은 모두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더불어 오는 2024년부터는 더욱 치열한 도전자들이 등장한다. LMP2 클래스에서 하이퍼카 클래스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알핀은 물론, 레이스카를 공개하며 기대감을 더하고 있는 람보르기니, BMW 등이 2024년을 준비하고 있다.
하이퍼카 클래스 바로 아래에는 LMP2 클래스가 존재한다. 지난 2000년, LM675 클래스로 시작되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LMP2 클래스는 '프로토타입' 레이스의 기준과 같다. 프로토타입 섀시, V8 엔진 그리고 두 개의 시트 등 모든 부분에서 '규격'을 드러낸다.
다만 2024년부터는 LMP2 클래스의 질주를 만날 수 없다. 아래 설명할 LM GTE 클래스와 함께 WEC 출전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만 LMP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앞으로도 계속 참여한다.
이어 고성능 GT 레이스카들이 활약하는 LM GTE 클래스는 말 그대로 '내구 레이스'를 위해, 그리고 더욱 강력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GT 레이스카'들의 혈투가 펼쳐지는 무대다.
포르쉐, 페라리는 물론이고 유럽의 여러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출전하며 자신들의 경쟁력을 입증해왔고, 올해는 쉐보레 콜벳 C8.R를 앞세운 콜벳 레이싱의 활약이 시즌 전반에 걸쳐 이어지며 클래스 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LMP2의 설명과 같이 올 시즌을 끝으로 LM GTE 클래스가 사라지고 내년부터는 LM GT3, 즉 FIA GT3 규격을 기반으로 한 내구 지향의 레이스카들이 출전해 '하이퍼카' 클래스와 이원화된 운영을 선보일 계획이다.
참고로 콜벳 레이싱을 비롯해 여러 팀들은 이미 이를 위한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각 브랜드들의 FIA GT3 레이스카들 역시 언제든 내구 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는 '조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