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재무장에 나선 독일이 병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해 군을 현대화하고 병력을 늘리기로 했지만 입대자가 급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청년들 사이에 퍼진 탓이다.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다.
AFP통신은 7일(현지시간) 입대 대상자들이 몸을 사려 독일 연방군이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23세 막스 뮬러는 “군에 입대해 전쟁이 나면 무조건 참전해야 할 텐데 죽을 수도 있다”며 “입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독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입대 지원자는 2만3,4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줄었다. 신병의 중도 제대 비율도 30%에 달한다. 연방군의 전시복무 거부 신청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전보다 5배로 증가했다. 독일에선 긴급사태 등으로 전군 또는 부분 동원령이 내려지면 18~59세 남성이 징집될 수 있는데 거부 건수가 급증한 것이다. 전시복무를 거부하면 대체복무를 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인 독일은 패전 이후 한동안 평화주의 노선을 고수했다. 전범국으로서 노골적으로 군비 증강에 나설 순 없었다. 냉전 말기 50만 명이 넘었던 병력은 현재 18만4,000명으로 줄었다.
우크라이나가 화염에 휩싸인 이후 독일은 '유럽과 자유진영 방어'를 명분 삼아 재무장으로 노선을 급격히 틀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독일군을 유럽의 안보를 책임질 강군으로 변화시키겠다”며 1,000억 유로(약 143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병력도 2031년까지 20만3,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병력 확충을 위해 국방부가 전면에 나서 입대 캠페인까지 벌였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징병제를 폐지한 것은 실수”라며 징병제 부활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독일이 유럽의 안보를 책임진다”는 숄츠 총리 발언이 독일인들에게 거부감을 줬다는 평가도 있다. 전범국인 독일이 전면에 나서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