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전술이 없으니 골과 승리도 상실했다. 시원한 공격 축구를 보여주겠다던 '클린스만호'는 90분 내내 답답한 경기력으로 첫 승에 실패하며 '5경기 연속 무승'을 끊어내지 못했다. '재택근무' 등 여러 논란 속에 승리가 간절했던 '클린스만호'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13일 뉴캐슬에서 펼쳐질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 다시 한번 먹구름이 드리웠다.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이후 승리 없이 3무 2패로 초라한 성적을 이어갔다. 독일 출신 세계적인 축구스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부임 6개월 만에 꺾이고 있다. 온화한 성품과 수려한 말솜씨로 대표팀에 자신감을 불어넣겠다던 초심은 잦은 외유와 재택근무 논란 등을 일으키며 축구팬들의 마음을 돌려세웠다. 외국인 감독이 부임한 이래 5경기 연속 무승은 그가 유일하다. 3월 A매치인 콜롬비아(2-2 무)·우루과이(1-2 패)와 6월 페루(0-1 패)·엘살바도르(1-1 무)를 상대로 이기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여러모로 웨일스보다 유리했다. 5년 6개월 만에 A매치 유럽 원정으로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이재성(마인츠) 홍현석(헨트) 등 유럽파 선수들로 첫 승의 기대가 높았다. 공격수 손흥민과 황희찬, 조규성은 대표팀 합류 직전 각각 소속팀에서 해트트릭 등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상승세였다. 반면 웨일스는 최근 13경기에서 1승 4무 8패로 하락세였고, 12일 라트비아와 '유로 2024' 예선전을 앞두고 선수 보호를 위해 후반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웨일스에 고전했다. 웨일스의 중원을 뚫지 못한 채 빌드업이 전혀 되지 않았고 후방 패스만 남발했다. 페널티지역에서도 패스 실수가 잦아 좀처럼 공격 활로를 찾지 못했다. 한국은 61%로 점유율은 높았지만 세밀한 전술이 없어 번번이 막혔다. 오히려 웨일스가 11개 슈팅 중 4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한국은 4개 슈팅 중 유효슈팅이 단 1개였다. 손흥민이 3개의 슈팅뿐 아니라 전반 오른발 감아차기로 유일한 유효슈팅을 만들며 고군분투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 기용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손흥민과 조규성을 투톱으로, 이재성과 홍현석을 좌우 양쪽 윙어로 기용했다. 합류 직전 소속팀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홍현석은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이 장점인 미드필더다. 그러나 이날 측면 공격수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클린스만 감독만의 축구 철학 부재와 더불어 선수에 대한 이해 부족도 도마에 올랐다. '근무태만' 등 논란이 더욱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그나마 무실점 경기가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올해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김민재는 전반 브레넌 존슨(토트넘)을 가볍게 지워 교체 아웃시켰고, 후반 196㎝ 장신 공격수 키퍼 무어(본머스)와 제공권 싸움에서도 지지 않았다. 다만 후반 20분 무어의 문전 헤더볼이 골포스트를 맞아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축구 색깔에 대해 "세대교체 과정 중이다. 경기를 통해서 선수들의 능력과 역량을 확인하고 관찰해야 한다"는 답만 내놨다.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근무 관련 질문에 "현대 축구를 어떻게 한국 축구에 잘 입힐 수 있을지 분명히 공부하고 계실 것"이라며 "사우디 승리로 대표팀에 대한 의심을 떨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