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소환 앞둔 이재명.... 검찰, 이화영 진술 번복에도 혐의 입증 자신

입력
2023.09.08 20:30
李, 쌍방울 대북송금 '제3자 뇌물제공' 혐의
檢, 150쪽 질문지 준비... 보고 여부 등 추궁
이화영 "허위 진술" 뒤집기에도 "증거 충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조사를 위해 9일 검찰에 출석한다. ‘키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표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조사 직전 뒤집으면서 검찰 수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수사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진술 번복과 무관하게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제3자 뇌물제공 혐의 피의자로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한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에 오른 뒤 대장동, 성남FC, 백현동 의혹에 이어 다섯 번째 검찰 출석이다. 검찰은 A4용지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작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로 일하던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스마트팜 조성 대북 사업 관련 500만 달러, 이 대표 방북 목적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보내도록 지시하고,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혐의(제3자 뇌물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대북 사업 및 방북 추진 경위, 쌍방울 측 대납 관련 보고·지시 여부를 캐물을 계획이다.

하지만 혐의 입증의 핵심 인물인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쌍방울 측에 방북을 요청한 사실이 있고,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그러다 변호인 교체 여부를 두고 배우자와 갈등을 겪다가 이 대표 조사를 이틀 앞둔 7일 “8개월 넘게 이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라는 검찰의 집요한 압박을 받아 일부 허위진술을 했다”며 진술을 다시 뒤집었다.

수시로 바뀌는 진술에 신뢰성은 크게 떨어졌고, 검찰 수사에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즉각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만으로 범죄혐의를 단정하지 않으며, 수많은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이 전 부지사는 여러 차례 ‘검찰 진술은 사실이며, 배우자 주장은 오해로 인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번복 경위 및 배우자와 변호인의 진술왜곡 과정도 수사하는 등 그를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8일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요청을 받아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 대표에게 1억5,000만 원 상당을 ‘쪼개기 후원’했다는 의혹을 확인할 목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해 이 대표 후원자 명부와 계좌 내역 등을 확보했다. 또 이 전 부지사가 최측근 여성에게 2018년부터 지난해 구속 전까지 수억 원을 송금한 정황과 관련해 추가 뇌물 혐의가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수사팀은 이 대표가 대북송금 관련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간접 증거를 다수 확보한 상태라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의 대북송금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병합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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