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40주년인 것을 푸른숲(한국 출판사)에서 알려줘 알았습니다. 한국은 제 책이 정식으로 처음 번역돼 출간된 나라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념행사를 하게 돼 감사하고 한국 독자를 다시 만나 기쁩니다."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63)가 방한했다. 8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원청'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을 찾은 지 9개월 만이다.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여와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하게 된 4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비교적 단기간에 한국 독자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위화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표작인 '인생'과 '허삼관 매혈기'의 40주년 기념 개정판 출간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독자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중국에서는 40, 50주년이라고 하면 작가가 연로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인식 탓에 기념행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80주년도 한국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했다.
1983년 단편 소설 '첫 번째 기숙사'로 등단한 위화는 1993년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으로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한국을 "독립된 문학 작품으로서 내 소설이 처음 번역된 곳"이라고 말했다. 이는 1997년 '인생' 한국어판 출간을 말한다. 이 소설이 장이머우 감독을 통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유럽 일부에 소개되긴 했지만 온전한 문학으로 소개된 한국을 다른 의미로 기억하고 있는 것.
유독 '허삼관 매혈기'의 인기가 높은 점은 위화가 한국 시장에 독특함을 느끼는 이유다. 피를 팔아 가족을 부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국내에서 25만 부가 팔렸다. '인생'이나 '형제'가 위화의 최고 인기작으로 꼽히는 중국이나 유럽 등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는 동료 작가와 대화를 통해 "아마 한국 독자들이 소양이 더 높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결론을 내렸다며 웃었다. 첫 방한한 2000년 팬이 아무도 오지 않아 사인회를 취소했던 일화를 돌아보면서, 이제는 한국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그때처럼 놀 시간이 없다고 너스레를 놓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위화는 전 세계 출판·문학에 대한 걱정도 털어놓았다. 그는 "세계 어디든 도서 판매량이 점점 줄고 있다"며 "판매량 감소 현상은 앞으로 책이 출간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는 의미라서 걱정이 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런 현상 속에 한국 정부의 출판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더했다. "아무 지원이 없는 중국과 달리 그간 한국 정부는 출판에 굉장한 지원을 한다고 알고 있어서 부러웠는데, 요즘은 상황이 오히려 반대가 된 것 같다"면서 "14억 인구의 중국 정부도 지원을 시작하는데 그보다 인구가 적은 한국에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40주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작품 수가 너무 적은 것을 보면, 그다지 노력한 작가는 아닌 거 같다"며 "중국에 돌아가면 더 힘을 내 작품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답했다. 그는 현재 두 편의 작품을 동시 집필 중이다. "항상 고단하고 힘든 인생인 주인공을 많이 써서 이번에는 코믹하고 유쾌한 삶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는 비교적 짧은 소설을 하나 쓰고 있다"고 밝힌 그는 다른 한 작품에서는 역시나 고단한 인생의 주인공이 나온다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