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경영 공백 사태를 맞았던 KT의 새로운 수장이 된 김영섭 대표가 기존 통신사의 사업 모델에서 과감히 벗어나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7일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통신사가 빅테크 기업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건 모기 한 마리가 무는 정도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영역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정보기술(IT)과 통신기술(CT)을 잘 융합한다면 분명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대형 통신사들이 쥐고 있던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주도권은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글로벌에선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플랫폼 기업이 가져간 지 오래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통신망을 깔았지만 플랫폼 업체가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에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이 뒤늦게 플랫폼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LG CNS를 이끌면서 디지털 전환(DX) 분야에서 성과를 낸 김 대표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막을 올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서도 기조 연설자로 나서 "통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 독점적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데 만족하는 동안 빅테크기업들은 메신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놓아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고 반성하며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로 혁신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통신사 고유의 기업 문화에 대한 전반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KT는 그동안 공기업 문화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구현모 전 대표 등 경영진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연말 인사를 마치고 전사에 과거의 안목과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지시할 것"이라며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가 고수가 돼 서로 협업하고 이런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인재가 되는 '원 KT'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장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더했다. 그는 "통상 수준의 인원 교체는 있겠지만 수천 명 수준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올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비 추가 인하, 5세대(5G)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정부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여 있다. 그는 "통신 산업은 근간 산업인 만큼 정부의 요구 사항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가 먼저 정책을 들이밀기 전에 가급적 좋은 정책을 먼저 만들어 제안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