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전인 2021년 2월에는 화성 탐사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과 중국의 ‘톈원 1호’, 미국의 ‘퍼시비어런스’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달 며칠 간격을 두고 차례로 화성을 향해 날아갔다. 화성으로 가는 ‘지름길’이 열리는 시기가 바로 그때였기 때문이다. 태양, 지구, 화성의 위치가 탐사선이 연료를 많이 쓰지 않고도 지구 공전 궤도에서 화성 공전 궤도로 갈아탈 수 있도록 배열됐던 것이다. 그 절묘한 시기를 놓치면 다시 비슷한 배열이 될 때까지 꼬박 2년 2개월을 기다려야 했으니, 화성에 깃발을 꽂고 싶은 우주 선진국들로선 포기할 수 없는 기회였다.
흥미롭게도 올여름 약 한 달 사이 세 나라가 차례로 달 탐사 경쟁에 몰리며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단 ‘선수’는 화성 때와 다르게 모두 교체됐다. 러시아의 달 탐사선 ‘루나-25’와 인도의 ‘찬드라얀 3호’, 일본의 ‘슬림’이 차례로 달을 향해 날아올랐다. 화성과 달리 달 탐사엔 지름길이 열리는 시기가 있진 않다. 그런데도 루나-25와 찬드라얀 3호는 착륙일을 각각 지난달 21일, 23일로 비슷하게 계획했다. 이 즈음부터 달의 ‘낮’이 시작되는 걸 감안했기 때문이다.
달에서는 ‘하루’가 지구의 28일에 해당한다. 그중 14일이 낮이고, 14일이 밤이다. 달의 밤은 온도가 영하 150도 안팎으로 급격히 내려가기 때문에 착륙선이나 탐사 로버의 기계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루나-25와 찬드라얀 3호는 달로 가는 경로는 달랐어도 둘 다 낮 시간대에 맞춰 착륙하고 활동할 참이었다. 루나-25는 불행히도 착륙에 실패했지만, 찬드라얀 3호는 계획대로 무사히 달에 도착해 현장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달에 밤이 찾아온 이달 3일 ‘슬리핑 모드’에 들어간 찬드라얀 3호에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다시 낮이 돌아오는 22일 기상 신호를 보낼 예정이다. 먼 길로 돌아가는 슬림은 내년 1, 2월 중 달에 내려갈 예정인데, 역시 낮 시간대에 맞춰 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강국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달과 화성을 함께 공략하고 있다. 대부분 달을 거쳐 화성에 가기 위함이다. 유인 탐사, 기지 건설, 자원 활용 등 우주기술의 대부분을 가까운 달에서 먼저 실증한 다음 화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달이 일종의 우주기술 ‘테스트 베드’인 셈이다. 중국과 미국도 내년과 2025년 차례로 달 남극 착륙을 계획하고 있다.
우주기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지난해 ‘다누리’를 달 궤도에 안착시키며 경쟁에 합류했다. 하지만 달 착륙선은 아직 멀었다. 내년부터 6,286억 원을 들여 착륙선 개발에 들어가 2030년 이후에야 발사한다는 일정이다. 천이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장은 “국제 무대에서 우리 기술력을 입증해야 함은 물론 인프라를 갖춰 우주진출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