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불평등' 실질 대비책 절실하다

입력
2023.09.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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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이 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5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1970년부터 2011년까지 40여 년간 배출한 누적 온실가스가 1970년 이전 220년 동안의 누적 배출량과 비슷하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지구를 무책임하게 소비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세계가 당면한 기후위기는 과거 산업혁명 시대부터 현재까지 세계 패권을 다퉈온 주요 산업국들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역사적인 책임, 즉 누적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의 비중이 25%로 가장 크고, 독일·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28개국 비중은 22%, 중국은 12.7%, 러시아는 6% 등이다. 이들 국가의 비중만 66%에 육박한다.

공교롭게도 온실가스 배출과는 큰 상관이 없는 나라들이 기후위기의 폐해를 가장 먼저 마주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매년 0.5㎝씩 국토가 물에 잠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50년 안에 투발루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토의 80%가 해안가, 범람원 등으로 이뤄진 방글라데시도 큰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 추세라면, 2050년까지 국토의 11%가 유실돼 1,300만 명 이상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후위기 불평등 문제를 대한민국 사회에 대입시켜도 마찬가지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소외계층에게 더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폭염은 자택 냉방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빈곤층에 더 잔인하고, 폭우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사회·생물학적 약자들에 더 큰 두려움의 대상이다. 지난해 8월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 장애인 가족이 물에 잠긴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후변화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 대책이 절실하다. 단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 미흡하지만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불평등 해결책을 입법 차원에서 다루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단순히 비용 지원을 넘어서는 적극적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기후변화 피해 집단을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시키고, 우리 사회와 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 도출을 위해 정부 주도의 숙의가 필요하다. 이제 기후위기는 또 하나의 큰 현실 문제가 됐다. 기후위기 불평등 문제 해결은 당장 '약자만을 위한 정책' 정도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이는 결국 국가와 사회의 존속을 위한 방책임이 증명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정승문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국립재활원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