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에 출석한다. 그동안 이 대표는 "당당히 조사에 임하겠다"면서도 검찰에서 제시한 일정에 대해 당무 혹은 국회 일정을 이유로 거부해 왔다. 그러다 입장을 선회해 검찰에서 제시한 조사 일정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단식 투쟁에 붙은 '방탄' 꼬리표를 떼는 동시에 거듭된 조사 불응에 따른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7일 "이 대표는 오는 9일 토요일 수원지검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검찰은 번번이 국회를 무시하더니 급기야 이 대표에게 정기국회 출석 의무도 포기하고 나오라는 사상 초유의 '강압 소환'을 요구했다"며 "헌법에서 규정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부정하는 검찰의 반헌법적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 검찰의 무도한 소환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9일 수원지검에 출석하면 대표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소환조사가 된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총 네 번의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지난달 23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30일 출석을 통보했지만, 양측이 소환 조사 일정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일정이 미뤄져 왔다. 당초 검찰은 지난달 30일 출석을 통보했지만, 이 대표 측은 24일 또는 26일 조사를 제시하며 '1차 조사'가 무산됐다. 검찰에서 다시 이달 4일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 측은 본회의가 없는 11~15일을 제시하면서 '2차 조사'가 무산됐다. 이후 이 대표 측이 12일 출석을 제안하자, 검찰은 전날 7~9일 중 출석을 통보했다.
이 대표가 검찰이 제시한 9일 출석에 응한 이유로는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이 꼽힌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번에도 조사에 불응할 경우 검찰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3회 이상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검찰에서는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그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출석을 미룰수록 건강이 악화하면서 불가피하게 조사에 임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며 "그 경우 단식에 대한 동정보다 '방탄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어 이 대표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9일 출석에 대해 "언론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덜 받아보려고 토요일을 선택하는 꼼수"라고 평가절하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단식으로 초췌해진 모습을 카메라 앞에 보이며 또다시 개딸들에게 응원받으며 검찰에 들어갈 모습이 안 봐도 비디오"라며 "검찰의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