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한국거래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615개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3조 1,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2.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점점 회복되는 ‘상저하고’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수출 부진의 장기화와 중국의 부동산발 경제위기 가능성,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공백 우려 등으로 하반기 한국경제의 반등이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과도한 가계부채 누적 등으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마저 떨어진 상황이라 저성장 구조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성장전략의 전환이 시급하다. 과거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중국, 인도 등 ‘더 크고 빠른’ 후발주자들이 등장하면서 한계에 직면했다. 기회를 찾아 새 시장을 열고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퍼스트 무버’이자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야 할 때다.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전 정신으로 글로벌 3대 완성차 회사로 도약한 현대차그룹이 좋은 사례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에 수십조 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전력을 쏟았다. 코로나19로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바닥난 상황에서도 임직원이 국내외 협력업체를 찾아다니며 부품을 수급해 가며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 기존 자동차 업계의 판도 재편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시점과 맞물리며 현대차그룹, 나아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되었다.
불굴의 의지와 끊임없는 도전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기업가 정신의 확산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병철, 정주영 등 대한민국의 1세대 기업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통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어 냈다.
지난 6월 전경련이 주최한 ‘드림워크 토크콘서트’는 새로운 산업을 개척해 나가는 젊은 기업인들을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시키고자 여덟 번의 실패를 이겨내고 아홉 번째 도전 끝에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내놓았고, 비바리퍼블리카를 국내 핀테크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친 청년 기업인들이야말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들이다.
성장전략의 전환이나 기업가 정신의 확산은 결국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진다.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통해 신성장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기업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의 노력과 기업, 기업인들의 혁신이 결실을 맺어 한국경제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