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각국 중앙은행은 0.25%포인트 단위로 금리를 올린다. 과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정형화시킨 방식이다. 아기가 아장아장 걷듯 조금씩 금리를 조정한다는 뜻에서 ‘베이비스텝’이란 용어가 붙었다. 이보다 더 낮은 폭의 금리 조정은 없다. 0.5%포인트씩 올리면 ‘빅스텝’, 0.75%포인트를 올리면 ‘자이언트스텝’, 그리고 1%포인트를 인상하면 ‘울트라스텝’이라는 표현을 쓴다.
□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18%다. 우리나라(3.5%)나 미국(5.25~5.50%) 등 다른 나라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 지난달 인상폭은 무려 21%포인트였다. 마땅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빅자이언트울트라스텝(?)’쯤이라고 해두자. 기준금리를 올리면 당연히 시중금리도 인상된다. 은행에 1만 페소를 맡기면 1년 뒤 2만 페소를 훌쩍 넘는 돈을 돌려준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페소를 들고 은행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월급을 받으면 달려가는 곳은 마트다. 너도나도 생필품을 산다. 하루라도 일찍 사는 것이 가장 싸다고 믿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5%(6월)다. 한 편의점주는 로이터통신에 “아이스크림 도매가가 2주 만에 두 배 뛰었다. 매일매일 가격을 올려야 할 판”이라고 했다. 그러니 아무리 금리가 높아도 은행에 돈을 맡기는 건 손해다. 살인적 물가에도 페소 가치가 휴지조각이니 국경을 맞댄 우루과이 주민들은 아르헨티나로 몰려간다. 달러화를 들고 있는 그들에게는 아르헨티나가 ‘쇼핑 천국’이다.
□ 요즘 우리도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지만, 그저 남미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긴 하다. 그런데 국내에도 '오늘이 제일 싸다’는 믿음이 굳건한 분야가 있다. 부동산이다. 끊임 없는 집값 바닥론 속에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못 산다는 불안감이 ‘영끌족’을 자극한다. 지금 다시 그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부동산 불패’ 시그널을 주는 게 문제다. 국민들은 정부가 ‘이번이 마지막’ ‘매진 임박’을 외치는 홈쇼핑 쇼호스트와 닮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