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주요 산유국 감산 결정에 10개월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오름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한국은행 연간 물가 전망 3.5%도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통신 SPA는 에너지부 당국자의 말을 빌려 "정부가 일일 100만 배럴의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0월부터 세 달간 사우디 원유 생산량은 하루 900만 배럴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날 러시아까지 "하루 3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겠다"며 '감산 공조'를 발표했다.
대표 산유국 사우디는 유가를 띄우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중이다. 배럴당 70달러 초반에 머물던 국제유가가 7월을 기점으로 우상향했던 배경 중 하나다. 게다가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우디가 국영 석유·천연가스기업 아람코의 500억 달러 규모 추가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상장 흥행을 위해 원유가격을 최대한 띄울 것이라는 전망도 앞서 나왔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7월 "사우디 감산이 연말까지 연장된다면 연말까지 하루 50만~1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는 연말 국제유가 전망치를 90달러 내외로 상향 조정해야 할 요인"으로 지목했다. 예상은 현실이 됐다. 이날 상승세가 특히 두드려졌던 영국 북해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1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럴당 86달러로 이미 10개월 만 최고치를 찍었던 미국 서부텍사스유(WTI) 역시 전날 대비 상승폭을 넓혔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국제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향후 물가 변동성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는 경고음이 나온다. 전날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3.4%)이 석유 때문에 시장 예상(2.7%)을 크게 웃돈 것도 경각심을 더하는 대목이다. 한은은 8월 한 달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유가의 역기저효과1가 절반, 나머지 절반은 집중호우·폭염·태풍 등 기상 악화와 최근 석유류 가격의 빠른 상승"으로 분해한다. 석유가격의 8월 물가 기여도가 50% 이상이라는 얘기다.
한은 역시 기존 물가 전망을 수정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날 물가 상황 기자간담회에서 이정익 조사국 물가고용부장은 "한은의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이 브렌트유 기준 평균 84달러인데 현재 90달러로 올랐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전날(4일) 종가가 90달러를 살짝 넘은 것으로 확인했다. 이처럼 90달러대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연간 물가 상승률은) 전제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