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단체들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공동 대응하겠다며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출범을 선언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전국공공연구노조) 등 9개 단체는 5일 대덕특구출입기자실에서 연대회의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R&D 예산을 지켜내 과학기술을 바로 세우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러 단체가 연대해 대규모 조직을 만든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연구현장에서 느끼는 절박함이 크다는 의미다.
연대회의는 R&D 예산 삭감에 대해 과학기술기본법에 명시된 절차를 위반한 일방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연구사업에 상대평가를 도입해 하위 20% 사업을 강제 구조조정하고 연구수당 및 능률성과급을 축소하겠다는 등 각종 제도 개악을 예고했다”며 “이는 명백히 과학기술을 무시하고 연구 현장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종유 연대회의 조직국장은 “기초연구의 경우 당장 성과를 낼 수 없는 장기적 과제도 있다”며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하면 정부 평가 기준에 맞는 과제만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학기술 분야를 경제 발전의 도구로만 본다면 연구 범위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거쳐 내년 주요 R&D 사업 예산안을 21조5,000억 원으로 의결했다. 올해에 비해 3조4,000억 원 감소한 금액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나눠 먹기 형식으로 연구비를 가져가는 등 (과학계에) 카르텔적 요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대회의는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매도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다"며 "관료가 급조한 명령 하달식 제도 혁신 방안을 철회하고 연구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연대회의 측은 연구과제의 기획과 선정, 평가 과정이 현장과 동떨어진 채 관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 국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무조건 현장 연구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