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추락 속 '대전' 홀로 반등, '세종의 몰락' 때문이라는데...

입력
2023.09.06 04:30
대전 출산율 상승, 파격 지원 효과
출산율 1위 세종 출생아 흡수한 듯
대전·세종 더하면 출생아 감소

지난해 17개 시·도 중 대전만 출산율이 나 홀로 반등했다. 출산지원금을 1,000만 원 넘게 지급하면서 인근 세종의 출생아를 빨아들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정작 두 지역 출생아를 더하면 전년 대비 줄었다. 지방자치단체 출산지원금이 '제로섬 정책'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다.

대전, 저출산 늪 탈출했지만…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출산율, 출생아는 전년보다 각각 0.81명→0.78명, 26만600명→24만9,200명으로 떨어졌다. 17개 시·도로 보면 16개 지역에서 저출산 현상이 심화했다. 저출산 늪에 빠지지 않은 유일한 지역은 대전이었다. 지난해 대전의 출산율, 출생아는 각각 0.84명, 7,667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0.03명, 253명 늘었다.

연관기사
• 광주서 아이 더 낳자, 주변 지역은 출생 줄었다... 돈의 함정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616340003849)
• 출산지원금 '먹튀'에... 돈 쓰고 인구 줄고 두번 우는 지자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0915400003539)
• 다시 '90년대생이 온다'... 저출생 반등, 마지막 희망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01316280001550)

2015년 1.28명 이후 계속 내려가던 대전의 출산율이 오른 건 7년 만이다. 파격적인 출산 지원책 도입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대전시는 지난해 1월부터 대전형 양육기본수당을 시행, 생후 36개월까지 매달 30만 원씩 최대 1,08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출산·보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대도시 중에선 가장 화끈한 지원이다.

하지만 대전의 출산율 반등을 같은 생활권인 세종의 급락과 연결 지어 보면 마냥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세종 거주자 중 아이를 낳으려는 가구가 대전형 양육기본수당을 받기 위해 대전으로 이사하거나 주소지만 옮겼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세종은 출산 직후 주는 축하금 120만 원 외에 대전처럼 매달 고정 지급하는 수당이 없다.


파격 지원→타 지역 출생아 흡수 '반복'

실제 세종 출산율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하강하고 있다. 지난해 세종 출산율은 1.12명으로 전년 대비 0.16명 내려갔다. 출산율이 전년과 거의 유사했던 2021년과 비교된다. 지난해 17개 시·도 중 출산율 감소폭이 0.1명을 웃도는 지역은 세종뿐이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다. 2분기 기준 세종 출산율은 전년보다 0.15명 줄어든 0.94명으로 1명대가 무너졌다. 같은 기간 대전 출산율은 0.79명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출산지원금이 대전 출산율을 올렸을지언정, 전체 저출산 완화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대전, 세종 출생아를 더하면 1만876명으로 오히려 108명 감소했다. 특정 지자체가 출산지원금을 쏟아붓자 인접 지역 출산율이 떨어진 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광주광역시가 출산지원금을 늘리자 광주 출생아는 638명 늘었으나, 영광 등 인근 6개 시·군은 489명 줄었다.

저출산 업무를 맡고 있는 지자체 관계자는 "대전에서 양육수당을 36개월까지 주는 게 단기적으론 인접 지역 출생아를 끌어들일 수 있어도 근본 대책으로 보긴 어렵다"며 "저출산 정책은 특정 지자체에서 돈을 많이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