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이런 질병' 있으면 더 조심해야

입력
2023.09.05 18:50
[건강이 최고] 염증성 장 질환·대장 용종·가족력·적색육 선호 등 위험

대장암은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3위인 무서운 암이다. 10만 명당 17.5명이 대장암으로 죽는다. 다행히 대장암 치료법은 빠르게 발전해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치료 경과)가 좋다.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선 자신이 대장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장암 발병의 위험 요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염증성 장 질환을 앓는 사람이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이 있으면 대장암의 발병 비율이 올라가고 발병 나이도 이르다고 알려졌다.

두 번째는 대장 용종이 있을 때다. 대장내시경에서 종종 발견되는 용종 중 선종성 대장용종은 대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 밖에 50세 이상이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붉은 육류 및 육가공품을 다량 섭취하거나, 비만, 음주, 흡연 등을 하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혈변·설사 반복되면 50세 미만이어도 내시경검사해야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을 통해 50세 이상에서 대변 잠혈 검사를 시행하고 양성이 나오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권한다.

박윤영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대장암 발병 나이가 점차 젊어지고 있다”며 “50세가 되지 않아도 혈변, 반복되는 설사나 변비, 체중 저하 및 피로감 등 대장암 의심 증상이 있거나 염증성 장 질환 또는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콜로라도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종양 침투 정도 따라 치료법 달라

만일 대장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낙담하기는 이르다. 대장암은 사망률이 매우 높은 암이지만 생존율도 계속 높아지는 암이다.

2022년에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대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남녀 전체 74.3%로 1996~2000년 58.9%에 비해 15% 정도 올라갔다.

박윤영 교수는 “2018년 국제 의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우리나라는 대장암(결장·직장) 부문에서 세계 1위 생존율을 보고했다”며 “정기검진과 함께 우리나라 의학 수준을 믿고 치료받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장암의 치료법 결정은 종양 크기보다는 종양이 조직을 침투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대개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행한다.

초기 대장암은 림프 혈관 침범, 나쁜 분화도 등의 위험 인자가 없고, 점막에만 국한돼 있거나 점막하층으로의 침범 깊이가 매우 얕으면 내시경적 절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2~3기 대장암의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종양을 중심으로 하여 원위부(종양의 아래쪽)와 근위부(종양 위쪽) 양방향으로 종양과 충분히 떨어진 곳까지 대장을 절제하고, 아울러 림프절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다.

수술법은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 현재는 절개창을 1개만 사용하는 이른바 ‘단일공 복강경 수술’도 시도되고 있다. 최소 절개로 수술 후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통증이 매우 적어 환자의 회복이 빠르고 장 폐색 등 합병증 우려가 낮다.

4기 대장암은 의료진 견해 뿐만 아니라 환자 선호도와 가치관을 수렴해 치료 방침 결정을 위해 여러 과의 전문의들과 환자·보호자가 함께 모여 논의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수다. 암 진행 정도, 전이 병변 위치, 개수 등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같은 4기 환자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포함한 복합 치료를 하면 5년 생존율을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박윤영 교수는 “대장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다”며 “일상생활에서 암 발병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줄여나가는 것으로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대장암 예방 수칙으로는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섭취하는 총칼로리 줄이기 △가공육이나 붉은 고기 섭취 줄이기 ·섬유소 및 칼슘 충분히 섭취하기 등이다.

적극적인 신체 활동과 금연, 금주도 중요하다. 박윤영 교수는 “음주는 특히 남자의 직장암 위험을 키우고 흡연은 대장 선종과 대장암의 위험도를 모두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금주와 금연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