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0명의 건각들, 1년 단 하루 허락된 그곳을 달린다"

입력
2023.09.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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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9월 10일 열려
국내 마스터즈 최대 규모… "민통선 15㎞ 개방"
황금들녘·현대사 상흔 간직한 코스서 가을 만끽

수십만 년 전 화산활동이 빚은 절경과 한국전쟁이 남긴 역사의 현장이 건각들을 기다린다. 그곳은 철원이다. 한국일보와 강원 철원군이 공동 주최하고 철원군체육회가 주관하는 ‘제20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가 10일 오전 9시 철원군 동송읍 고석정 코스에서 출발 총성을 울린다. 철원을 대표하는 국제행사로 자리매김한 이 대회에는 국내외 마라토너와 주한 외교사절 등 5,400여 명이 참가한다. 동호인이 참가하는 마스터즈 대회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민통선·황금들녘 명품 코스"

올해 대회는 △DMZ풀코스(42.195㎞)와 △DMZ하프코스(21.095㎞) △10㎞ △5㎞ △코스모스 10리길 걷기로 나눠 열린다.

대회 코스는 수십만 년 전 용솟음친 지질활동이 선사한 한탄강 주상절리와 철원평야의 황금들녘, 철새도래지, 70년 넘게 일반인의 접근을 거부한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아우른다. 아직도 총탄의 흔적이 선명한 노동당사와 하프코스 출발지점인 최북단 월정리역 등 가슴 아픈 현대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비무장지대(DMZ)와 맞닿은 국내 접경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대한육상연맹 공인을 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코스다.

특히 육군 제5군단과 제6보병사단은 이날 하루 굳게 잠겨있던 민통선 15㎞를 개방한다. 1년을 기다린 특별한 손님들을 위한 선물인 셈이다.

육상 전문가들은 “철원 고석정 코스는 경사가 거의 없는 데다, 황금들녘 등 시각적으로도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자신의 최고기록에 도전해볼 만하다”며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심에서 열리는 대회와 달리 차량 경적음과 복잡한 교통체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주최 측은 2.5㎞ 구간마다 급수대를 설치하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의료진과 안전요원, 자원봉사자를 배치할 방침이다.

"야생화 활짝, 걷기만 해도 가을 만끽"

마라톤뿐 아니라 코스모스 10리길 걷기 코스도 명품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가을을 맞아 활짝 핀 야생화를 만날 수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란 평가다. 소이산 원두막과 연못이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출발선 인근 고석정 정자에 서면 절벽에 자리한 주상절리가 한탄강과 어울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용암이 분출해 만든 세계적인 자연유산의 자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경품 푸짐, 즐거운 추억을"

주최 측은 남녀 풀코스와 하프코스는 10위까지, 10㎞와 5㎞는 각각 7위, 5위까지 상금과 상장, 트로피를 수여한다. 최고령 참가자와 20대부터 60대 이상 연령대별 상위 5명에겐 오대쌀과 상패가 주어진다.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푸짐한 경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 모두에게 이미 철원 오대쌀(3㎏)과 철원사랑상품권(6,000원)이 지급됐다. 올해가 후삼국시대 궁예(857~918)의 태봉국 건국(905년) 1,118주년이라는 점을 기념하기 위해 전체 1,118번째 참가 신청자와 행사 당일(9월 10일)을 의미하는 풀코스 910위, 가장 많은 회원이 참가한 10개 단체에도 행운의 상금을 준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를 기대하고 철원을 찾는 마라토너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천혜의 자연과 건강한 먹을거리가 있는 철원에서 마음껏 즐기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철원= 박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