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영화 관람 비용과 식사비 등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낸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정보 공개가 국가 이익이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련 정보가 없다는 대통령실 주장에도 “감시받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강우찬)는 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 취소 소송에서 1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납세자연맹은 앞서 정보공개청구를 거부당한 뒤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 이마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이 대통령실의 공개 거부 처분 취소 대상으로 적시한 정보는 세 가지다. △지난해 6월 12일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서울의 한 극장에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할 때 지출한 비용 내역 △지난해 5월 13일 윤 대통령이 서울 강남의 한식당에서 450만 원을 지출했다고 알려진 저녁식사 비용 내역 △정부 출범 후 지출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내역 등이다. 업무추진비 내역은 “이미 공개된 정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들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납세자연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신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실은 재판 과정에서 영화 관람비 정보는 이미 공개됐고, 밥값은 관련 정보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통령실은) 영화 관람비가 업무추진비에 포함돼 있다고 답변했을 뿐 구체적 지출비용과 영수증, 예산 항목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식사비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 변화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당초 비공개 처분했을 당시엔 ‘국가안보 및 경호상의 이익’을 사유로 제시했음에도, 소송 제기 후 4개월이 지난 뒤에야 돌연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저녁식사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고 당연히 비용이 지출됐을 텐데, 이제 와서 정보가 없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애초 피고가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를 그대로 밝히면 될 것이지, 불투명하고 모호하게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건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인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예산 지출을 감시받지 않겠다는 일종의 ‘권도(權道·목적 달성을 위해 임기응변으로 일을 처리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법치주의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