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서 개막한 'IAA 모빌리티 2023'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 기업들만의 전시라 보기 힘들었다. 자동차 내 전자장치(전장·電裝) 시장을 노리는 삼성전자·LG전자·퀄컴 등 전자업체는 물론 IBM·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정보기술(IT) 분야 업체까지 '카 테크(자동차 응용 첨단기술)' 영역으로 발을 넓히며 적극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와 더불어 IAA 모빌리티 2023 전시장에 나란히 부스를 냈다. 삼성SDI는 배터리 기업으로 2013년부터 IAA에 꾸준히 참여해 온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이 첫 참가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차량용 LED에 이르기까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차량용 상품과 솔루션을 총동원해 부스를 꾸몄다.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고도화로 인해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모두 자동차만을 위한 제품을 찾는 회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장에 진심"이라며 "전기자동차 한 대에는 1,000개, 자율주행차에는 최대 2,000개 이상의 반도체 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진정한 블랙'을 표현할 수 있는 OLED는 어둠 속에서도 검은 물질을 잘 알아차릴 수 있고 낮에도 시인성이 높으며 검은 배경으로 디스플레이할 경우 소비 전력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강조했다. 플렉서블(구부러진)·롤러블(말리는) 등 차량에 응용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삼성SDI는 아예 '프라이맥스'라는 차량용 배터리 브랜드를 앞세워 현재 양산 중인 보급형 배터리부터 소재를 혁신한 NMX·LMFP 등 코발트프리 배터리, 열에 대한 안전성을 강화하도록 형태를 바꾼 배터리, '초격차'를 노리며 차세대로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 모델 등 다채로운 제품들을 소개했다. 삼성SDI 측은 "이번 IAA 모빌리티 2023에는 최윤호 대표이사 사장이 참석해 고객사 미팅과 인재 확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개막에 앞서 4일 진행된 프레스데이에는 LG전자가 간담회를 열고 조주완 사장이 직접 '알파블'이라는 신조어를 내걸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차량 내 경험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조 사장은 간담회 직후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이번 전시회 참석은 LG전자가 미래 자동차에 대해서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퀄컴도 '카 테크' 진출에 적극적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가 5일 메인스테이지에 연사로 나서 자사의 통합 전장 솔루션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가 "앞으로 5∼10년 동안 차량을 더 안전하고 스마트하게 만들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IBM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IT기업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자회사가 장치를 제공한다면 IT회사는 그 장치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체계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열풍을 일으킨 '생성형 AI'를 새 아이템으로 들고 왔다. IBM은 "머신 러닝과 딥 러닝이 오랫동안 자율주행 개발에 사용됐지만 생성형 AI는 자동차 기업의 전체 가치 사슬까지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