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된 경쟁업체에 자신의 공장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기업인들의 상생 문화가 경북 칠곡에서 확산하고 있다.
3일 칠곡군에 따르면 왜관공단에서 자동차 스포일러(차량의 뒷부분을 눌러줘 차체가 뜨는 현상을 막는 부착물)를 생산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대일기업'의 박병태 대표는 2021년 8월 북삼읍에서 동일 제품을 만드는 A사가 화재로 공장이 모두 타버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화재 발생 전까지만 해도 탄탄대로를 달리던 유망회사였던 A사는 존폐위기에 몰렸다. 대기업에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 신용도가 추락하고, 다른 업체로 주문이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일궈온 회사가 한순간에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박 대표는 경쟁업체의 불행을 못 본 척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경쟁사 지원에 모든 직원과 지인들이 반대했지만, 그는 A사가 공장과 설비를 다시 지을 때까지 야간에 전기료만 받고 자신의 공장과 생산라인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동거는 불편했다. 낮에는 박 대표 회사 제품을 생산하고, 저녁에는 A사 제품을 생산하는 나날이 4개월간 이어지면서 각종 기자재와 도구가 어지럽게 엉켜버리기 일쑤였다. A사는 박 대표의 도움으로 공장을 다시 짓고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상생의 손길은 지역사회에 도미노처럼 퍼졌다. 같은 해 12월 또 다른 경쟁업체인 B사에서도 불이 나 잿더미가 됐을 때, 이번에는 A사가 B사에 공장을 빌려줬던 것이다. 박 대표의 도움을 받은 A사의 선례가 없었다면 B사의 운명도 점치기 힘든 상황이었다.
공장 폐쇄 직전까지 갔던 A, B사는 새 건물과 최신 설비를 들여오면서 매출이 화재 직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50여 명에 연매출 130억 원 규모의 대일기업이 경쟁업체의 위기를 독자생존의 기회로 활용하지 않은 덕분이다.
박 대표의 상생 실천은 칠곡지역 기업이 다시 일어서고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박 대표는 "경쟁사에 또다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앞장서서 돕겠다"며 "경쟁사를 무너뜨리는 방식 대신 공생하는 길이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도 지난 1일 지역사회에 상생의 정신을 확산시킨 박 대표에게 칠곡에서 생산되는 나무로 만든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 군수는 "나무가 시련을 딛고 더욱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는 이유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라며 "서로 보듬고 배려하며 성장하는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