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쉐보레 대형 쿠페의 계보를 잇다 – 쉐보레 몬테 카를로 모델 히스토리

입력
2023.09.04 15:30

2022년, 현재를 기준으로 ‘쉐보레 브랜드를 대표하는 쿠페’를 떠올린다면 통상 카마로(Camaro), 그리고 콜벳(Corvette)이 주류가 된다. 그러나 쉐보레 브랜드 역사에 있어 ‘몬테 카를로(Monte Carlo)’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쿠페 중 하나다.

넉넉한 체격, 그리고 거대한 V8 엔진을 주력으로 앞세워 ‘성능의 가치’를 과시했던 몬테 카를로의 역사는 미국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69년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GM의 글로벌 아키텍처’가 대두된 2007년 막을 내리게 되었다.

6세대에 걸쳐 대형 쿠페의 매력을 계승한 ‘몬테 카를로’는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1969-1972 // 대형 쿠페의 매력을 과시한 초대 몬테 카를로

몬테 카를로의 시작은 196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GM의 중형급 후륜구동 차량에 사용되었던 G 바디를 기반으로 개발된 몬테 카를로는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폰티악’ 브랜드의 그랑프리와 형제 모델로 개발됐다.

포드, 크라이슬러가 리배징 모델의 ‘차별화’가 다소 미비했던 것에 비해 몬테 카를로와 그랑프리는 전면부의 차이를 앞세워 ‘정체성’을 보다 선명히 드러낸다. 넓게 그려진 프론트 그릴, 직선적인 차체 등은 당대의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했다.

대형 쿠페의 계보를 잇는 모델인 만큼 몬테 카를로는 2도어 하드 톱 사양만 마련되었으며 보닛 아래에는 당대 GM이 자랑하는 대배기량 엔진들이 전면 배치되었다. 초대 몬테 카를로의 보닛 아래에는 5.7L~7.44L의 V8 엔진이 자리한다.

초대 몬테 카를로의 ‘활약 기간’은 다소 짧았지만 1971년과 1972년 연식 변경을 통해 디자인 개선, 그리고 소소한 성능 및 상품성 개선 등이 더해졌다. 이를 통해 차별화의 매력을 더하고 미국 경제 황금기의 ‘흐름’ 속을 고스란히 이어갔다.

1972-1977 // 시대의 흐름을 이어 받은 2세대 몬테 카를로

초대 몬테 카를로의 뒤를 이어 곧바로 등장한 2세대 몬테 카를로는 ‘대형 쿠페’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했고, 한층 발전된 GM의 A 바디를 기반으로 개발되어 더욱 매력적인 쿠페로 거듭났다.

이전 세대보다 더욱 큰 5.4m에 이르는 긴 전장은 물론이고 더욱 대담하고 스포티한 스타일의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불어 당대 미국 정부가 요구했던 ‘5마일 범퍼’가 더해져 당대의 시대상을 드러냈다.

2세대 몬테 카를로 역시 당대의 폰티악 그랑프리와 형제 모델로 운영되었고, 차량 구성 및 부품 등에 있어서는 폰티악, 올즈모빌, 뷰익 등 ‘GM의 기조’ 등을 반영했다. 더불어 여전한 V8 엔진의 전진 배치를 통해 성능의 매력을 더했다.

몬테 카를로는 데뷔 이후 곧바로 연식 변경을 통해 디자인 및 구성의 변화를 더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였다. 실제 1974년부터 1977년까지 ‘매 년’ 연식변경 모델을 선보여 ‘점점 빠르게 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드러냈다.

1978-1980 // 오일 쇼크의 영향, 그리고 3세대 몬테 카를로

1978년식으로 데뷔한 3세대 몬테 카를로는 전세계, 특히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오일 쇼크’의 영향을 받았다. 실제 차량의 체격은 물론이고 파워트레인의 구성 등에 있어서도 ‘다운사이징’ 및 효율성 개선의 기조가 반영됐다.

3세대 몬테 카를로의 디자인은 기존의 차량들과 유사한 모습이다. 대신 오일 쇼크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GM의 G 차체를 기반으로 개발되며 차량의 체격이 대폭 줄고, 차량의 무게, 그리고 배출 가스 대응 등의 여러 변화가 더해졌다.

특히 V8 엔진이 주가 되었던 파워 유닛 구성에서도 V6 엔진들이 전진 배치되어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그래도 ‘대형 쿠페’의 자존심을 지키듯 V8 사양 역시 함께 마련되어 대배기량의 선 굵은 주행을 맛볼 수 있었다.

3세대 몬테 카를로는 1980년까지의 ‘짧은 행보’를 가졌지만 82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1981-1988 // 이어지는 시대의 변화, 발을 맞추는 4세대 몬테 카를로

3세대의 단종과 함께 곧바로 시장에 데뷔한 4세대 몬테 카를로 역시 ‘오일 쇼크’ 및 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았다. A 바디 및 G 바디를 활용해 기존 3세대 보다 체격을 조금 키웠지만 과거의 대형 쿠페 계보를 부활시키진 못했다.

디자인 역시 당대의 GM의 여러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것과 유사하게 다듬어져 더욱 직선적이고 명료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대신 4세대 운영 중 디자인 변경을 거치며, 새로운 프론트 엔드를 부여 받아 ‘새로운 이미지’를 구현하기도 했다.

4세대 몬데 카를로는 3세대와 같이 V6 엔진이 중심을 이뤘으나 여전히 V8 엔진을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터보 차저를 더해 퍼포먼스의 매력을 더한 ‘터보 3.8′ 사양도 마련되어 ‘선 굵은 드라이빙’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전의 몬테 카를로들과 같이 4세대 역시 매년 연식 변경을 통해 새로운 디테일, 그리고 차량의 완성도를 높였다. 더불어 ‘퍼포먼스 쿠페’의 매력을 더하는 몬테 카를로 SS 사양도 더해지며 ‘드라이빙의 가치’를 더욱 강조했다.

4세대 몬테 카를로는 1988년까지 89만대의 이르는 판매 실적을 거뒀다. 전반적인 판매 실적이 3세대에 비해 많이 빈약했는데 이는 오일 쇼크의 여파, 그리고 경제 침체의 영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본’과 같았다.

1995-1999 // 짧은 공백, 다시 이어진 5세대 몬테 카를로

4세대 단종 이후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차량 중 하나로 낙인 찍힌 몬테 카를로는 시계는 멈춘다. 그러나 쉐보레는 세단 모델인 ‘루미나’의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몬테 카를로’의 이름을 부활시킨다.

GM의 W 바디(1.5)를 기반으로 개발된 루미나의 ‘쿠페 사양’의 이름이 된 몬테 카를로는 ‘이전의 몬테 카를로’들과 같이 넉넉한 체격을 갖췄다. 여기에 루미나 특유의 곡선이 중심이 된 유려하고 넉넉한 디자인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실내 공간은 화려하기 보다는 단조로운 편이지만 넉넉한 체격을 바탕으로 실내 공간의 여유를 더했다. 더불어 보닛 아래에는 주행 성능의 매력을 더한 160마력~215마력 수준의다채로운 V6 파워 유닛 구성을 자랑했다.

5세대 몬테 카를로는 1999년까지 37만 대 수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는 만족스러운 수치는 아니지만 쉐보레의 중형 라인업을 장식하기엔 충분한 수치였다. 이러한 실적 때문일까? 쉐보레는 ‘다음 세대의 몬테 카를로’를 준비했다.

2000-2007 //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형 쿠페, 6세대 몬테 카를로

GM의 모터스포츠를 담당하는 ‘GM 모터스포츠’, 그리고 과거의 몬테 카를로를 복기한 쉐보레는 1999년, ‘6세대 몬테 카를로’를 공개하고 곧바로 판매를 시작했다.

참고로 6세대 사양은 ‘루미나’가 아닌 ‘임팔라’와 페어를 이뤘다. 5세대 몬테 카를로와 같이 W 바디를 기반에 둔 6세대 몬테 카를로는 5세대 몬테 카를로의 디자인, 그리고 과거의 몬테 카를로가 제시했던 볼륨감 등을 절묘하게 조합해 특별한 감성을 과시했다.

특히 긴 본닛, 그리고 독특한 실루엣의 리어 펜더 및 트렁크 등이 시선을 끌었다.

실내 공간은 당시 GM의 디자인 기조, 그리고 포트폴리오 구성을 반영해 개발되었으며 W 바디의 여유를 통해 실내 공간의 쾌적함을 더했다. 다만 어느새 기세가 오른 유럽, 일본 차량에 비해 ‘만족감’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몬테 카를로는 2006년 디자인 개선을 거치고, 다채로운 스페셜 에디션 등을 공개하며 ‘모터스포츠의 DNA’를 강조했다. 실제 몬테 카를로는 나스카의 바디쉘로 투입됐고, 인티미데이터 에디션과 제프 고든 에디션 등을 선보였다.

보닛 아래에는 180마력을 낸 V6 3.4L 엔진을 비롯해 200마력부터 303마력까지 이어지는 다채로운 V6 및 V8 엔진(LS4) 등을 선보였다. 변속기는 4단 자동 변속기가 주가 되었고, 구동 방식은 끝까지 후륜구동을 택했다.

2007년까지 누적 판매 42만대의 실적을 올린 몬테 카를로는 ‘브랜드의 일원’으로는 충분함을 증명했다. 그러나 몬테 카를로는 GM의 글로벌 아키텍처, 그리고 포트폴리오 개편의 ‘칼바람’을 피하기 못하고 단종의 끝을 맞이했다.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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