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지방 당국이 '길거리 원숭이' 단속에 나섰다. 이달 5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며 외국에서 귀한 손님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장난꾸러기로 악명 높은 도시의 원숭이들을 해치지 않으면서 행사를 망치지 않기 위해 대비하려는 당국의 고심이 깊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델리 당국은 최근 수도 곳곳에 ‘랑구르’라는 원숭이의 실물 크기 사진을 설치하고 있다.
랑구르는 몸집이 크고 공격성이 비교적 강한 원숭이다. 뉴델리에는 랑구르보다 몸집이 작은 붉은털원숭이가 서식하는데, 랑구르의 사진을 도시 곳곳에 설치함으로써 이들을 겁주겠다는 의도다. 또 랑구르 울음소리를 따라 할 수 있는 사람 30~40명을 곳곳에 배치했다.
사티시 우파디야이 뉴델리 시의회 부의장은 “우리는 원숭이를 옮기거나, 다치게 하거나, 때릴 수 없다. 유일한 선택은 그들이 도시에 나오지 못하도록 숲에 가두는 것”이라고 했다. 인구 약 80%가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원숭이는 존경의 대상이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정부가 뉴델리에 대대적인 미화 작업을 하면서 나왔다. 인도 정부는 G20 행사를 맞아 도시 곳곳의 벽을 새로 칠하고, 나무를 심고, 화려한 꽃을 심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그런데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붕 사이를 뛰어넘거나 보행자를 공격하는 붉은털원숭이가 혹여나 행사에서도 말썽을 부릴까 봐 대비에 나선 것이다. 이밖에 뉴델리 당국은 숲이 우거진 지역에 원숭이 먹이를 설치해 그들이 도시까지 나오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뉴델리는 2010년 영연방경기대회(커먼웰스)가 열렸을 때엔 살아있는 랑구르를 활용했었다”며 “당국은 입간판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